1월

1월 생각 (2015/1/7 이후)

1.

꿈에서 초면의 한 중년 여성이 나를 따라오더니 자신을 '사랑 철학' 전공하는 교수라고 소개했다. 대체 '사랑 철학'이 뭔지 궁리중... 올해도 꿈 분석과 내면 탐구는 계속될 것임.

그녀는 미인이지만 나는 그녀가 예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객관적으로는 미인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아니다. 이는 세상이 그녀의 전공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의 접근을 탐탁지 않게 여기거나 그녀의 전공이라는 것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이겠다.

'사랑'과 '철학'이 어떻게 융합되나? 둘을 합해도 문제이고, 둘을 떼어놔도 문제일 것 같다. 상아탑에서는 대체로 둘을 합하지 않는 것이 무난한 '스타일'일 테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둘의 분리가 지나치게 주지적(主知的)으로 간주될 수도 있겠고, 학계와 대중 둘중 어느 한 쪽이 옳거나 더 타당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philo' + 'sophia'가 본디 '지혜의 사랑' 아닌가. 어쨌든 꿈속의 나는 둘의 융합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나의 이런 반응은 둘의 융합에 대해 내가 새로운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음을 내 영혼(자기)이 알려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현실의 나가 계속 미루고 있는 과제를 꿈을 통해 환기시켜주는 것이다. 나아가 둘의 융합에 대한 나의 비전문가적이고 두리뭉실하며 애매한 태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의 선생 일과 집필 작업 속에서 사랑과 철학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 것인지, 이것이 새해 초의 화두다.

2.

한 사회의 '영적인 진화'의 정도는 그 사회의 약자에 대한 처우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는 '갑질'에 대한 폭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땅콩 회항', 마트 주차 알바생 모욕, 영화 '카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또한 약자에 대한 폭력도 빈번하다. 보육원의 유아 폭행, 상인의 외국인 여성 폭행, 대학교수들의 학생 성추행 등에서 보이듯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는 이런 현상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겠다. 우리 사회는 영적으로 퇴화해가는 것 같고, 이는 정치적 퇴보와 정확하게 맞물려있다고 판단한다. 젊은 세대는 희망을 잃고, 출산율 하락은 갈수록 심화된다. 진중권 씨 말대로 나라에 망조가 들었는지. 정치 지도자도, 끌려가는 국민들도 사랑도 부족하고, 철학도 부족하다. 도대체 망조가 든 이 사회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런지.

나는 늙으면 아름다운 보수주의자가 되고 싶었다. 우리 집안의, 우리 마을의, 우리 나라의 고유한 전통과 가치를 되살려내고 다듬어서 후대에게 전해주는 진정한 보수주의자 말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봐서는 되살려내고 다듬을 만 한 건덕지 자체가 실종됐다. 쉰 살을 넘긴 남정네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이래서야 세상을 뒤집어 엎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푸념을 하게 된다.

전철 경로석에 앉은 70대 노인들의 대화를 듣는다. 나라에서 연금도 주고 전철도 공짜로 태워주는 이런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정말로 행복하단다. '국제시장' 세대의 막내인 나는 그들과 의견을 달리 한다. 우리 세대가 즐기고 누릴 때가 아니라고 외치고 싶다. 다음 세대에 대한 무시와 홀대야 말로 우리 사회가 영적으로 퇴화하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다. 만약에 '사랑 철학'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아이들과 젊은이들을 살려줄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설령 그럼으로써 노년층이 피해를 입게 된다 하더라도. 종족의 최상을 후대에게 전수해줄 수 없는 집단은 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후대를 살릴 방법이 문제다. 허나 내가 제대로 존재하고 있지 않는 한, 어떤 방법도 얻을 수 없다. 올해에는 내가 제대로 존재할 수 있을까? 하긴, 이런 질문이 바로 '사랑 철학'이겠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던져준 사랑의 우주적 힘에 대한 상상력을 떠올려본다.

'수행일상 2015'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