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난이도 (2015/10/4)

꿈 분석을 꾸준히 거의 매일 아침에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꿈 내용을 짐작하고 해석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꿈 내용을 쉽게 추측하고 금세 수긍할만 한 해석을 뽑아낼 수 있었으나, 이즈음의 꿈들은 하루, 이틀 곰곰히 따져봐도 도통 연상되는 것도 떠오르지 않고 그 의미는 짐작도 못한 채 지나가버리기 일쑤다. 다만 꿈 내용을 떠올리고 기억하는 역량만 차츰 향상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기억해낸 걸 해석하지 못해서 문제지.

세상 일이란 게 꾸준히 오래 하다보면 조금씩 잘 하게 돼서 나중엔 달인이 되는 것인 줄로 알았건만, 실은 세상의 중요한 일들 치고 세월의 공력을 쌓으면 손쉽게 할 수 있게 되는 건 별로 없는 것도 같다. 꿈 분석작업의 난이도가 갈수록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생 일도 그러하다. 칠판 앞에 서서 강의를 시작한게 내 나이 스물일곱 때가 최초이고, 대학 강단에서 보통 교수들보다 훨씬 많은 강의를 소화하며 온갖 종류의 과목을 가르쳐온지도 십오 년이 넘었건만, 가르친다는 일이 결코 쉬워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혹시 나만 그렇게 느끼나 싶어 한 번은 연륜이 쌓인 중등학교 수석교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들께 가르치는 일이 좀 쉬어지나 물었더니, 그들도 이구동성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답하는 것을 보고 나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여기게 됐다. 중요한 일은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생각해보면 그것이 아마 자연의 섭리일지 모른다. 춘하추동이 오가고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우주의 원리 또한 젊었을 때에는 이런 건가 보다 하고 쉽사리 짐작해보기도 하지만, 공부하고 수행하면 할수록 그 비밀스러운 의미를 함부로 논할 수가 없게 된다. 내 꿈도 자연 현상이고, 자연은 학습자(인간)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운 과제를 부과해주는 성질을 가진 것 같다. 인간의 마음과 자연 안에는 아직 우리가 꿈도 못 꿀 정도의 어마어마하고 심원한 비밀들이 감춰져 있는 것이 아닐까?

선생 일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을 자연스럽다 여기겠다. 그런데 어찌 어찌 살아오다보니 내 강의 내용은 죄다 개똥철학 부류가 돼버려서, 나는 늘 강의실에서 삶의 의미에 대해 떠들게 된다. 대부분의 청자는 젊은이들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헬조선'이란 비하가 만연하기까지 하다. 이런 표현을 쓴다는 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공부한다는 사람들이 이런 사태를 심각하게 여겨야 할 것이지만, 어쨌든 '헬조선'이란 표현은 내게는 '좌빨'이나 '우꼴' 등과 같이 편협하고 이분법적인 용어들과 별 다르지 않게 들린다. 이 용어에 담긴 우리 사회의 불평등 심화에 대한 강한 적개심에 십분 동감하지만, 이건 너무 유치한 표현이다. 그보다는 훨씬 더 어렵게 공부하고 사유하여 훨씬 더 정교하고 성숙하게 세상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취준생' 생활에 '쩔어' 고전을 읽을 짬도 낼 수 없다면, 이를테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어록이라도 진지하게 공부하면서 생각을 깊게 만들어야 한다. 텔레비전만 틀면 노상 먹는 얘기, 대신 놀아주는 얘기만 나오니 갈수록 깊은 생각을 하기는 어려운 세상이 돼버렸다.

사실 젊은이들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일을 내가 맡고 있지만, 그게 날이 갈수록 더 어려워질 따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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