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력 Resilience (2015/11/30; 2016/1/23 보완)
 

© Suk Hoon Han                                                                                                                                                                            

 

'복원력'이란, 삶의 역경이나 부정적인 경험으로부터 빨리 회복하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역량으로, 어떤 이들은 이런 힘을 선천적으로 타고났으나 그렇지 못한 이들도 후천적 학습과 훈련을 통해 이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 뇌 과학에서 제시하는 이 개념 속에 내가 평소에 탐구하는 심층심리학이나 영성과 관련된 사항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이 개념을 수업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래는 복원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알려주는 복원력을 강화시키는 10가지 조건들인데, 나는 이 조건들 각각이 평소의 내 생각과 맞닿는 점들을 그 밑에 부연해봤다. 따져보면, 진정한 종교인, 또는 수행자가 보통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고 평화롭게 잘 산다는 수많은 행동과학적 연구결과가 당연한 것이겠다.


1.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을 핵심 신념체계를 갖추어라.
나 자신의 복원력이 강한지 어떤지 자평할 수는 없지만 일단 나는 다음과 같은 확고한 핵심 신념체계를 갖고 있기는 하다: 어른에게는 사랑하는 이(들)를 지키고 돌볼 책임이 있다는 것, 삶을 끝없이 성장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는 것(듀이의 관점), 내 안의 더 나은 나가 되고 싶어하는 '존재론적 욕망'이 있음을 인식한다는 것(하이데거), 결국 삶은 자기실현의 과정이라고 믿는 것(융),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 인권(인간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이 돈을 보호하는 것보다 우위에 서야 한다는 것 등. 그리고 나의 가치 상대주의에 대한 강한 동조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신념체계를 죽을 때까지 가져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신념이 내 삶에 힘을 더해주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2. 아무리 스트레스를 주고 상처를 주는 일에서라도 의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하라.
17년째 해온 수행 과정에서 습관화 된 것은 스트레스를 안 받고 상처를 안 입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똑같이 삶속에서 열받고 아파하지만, 그런 것들의 의미를 발견하려는 사고작용이 빨리 발동하게 되었다는 점이라 하겠다. 나의 현재의 모든 사건은 미래의 나의 목적에 이르는 꼭 필요한 원인들이라고 보고, 과거의 모든 사건 또한 현재의 나를 거쳐 미래의 목적에 가닿는 필수 원인들로 볼 때, 부정적인 사건들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일례로, 시간강사 뛰며 고생하고 수모도 많이 겪었으나 그런 경험들 덕분에 내가 조금이나마 오만을 버리고 세상의 힘든 이들에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고 믿는다. 얼마 전 타계한 신영복 선생께서도 수감생활 덕분에 세상의 밑바닥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3.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라.
위와 동일한 논지에서 나는 죽음에 이르는 길을 어떤 최후의 목적지에 다가가는 과정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현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호·불호와 무관하게 현 상황을 그 목적에 이르는 의미있는 하나의 과정으로써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4. 특별히 복원력이 강한 사람으로부터 힌트를 얻어라.
그 사람의 강함에 대하여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품을 수 있을 그런 사람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일 터. 그런 분들이 몇 분 계신데, 내가 좀 더 배우려고 힘써야 하겠다.


5. 당신을 두렵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직면하라
과거사에 대한 내면의 성찰을 통해 마음속 깊은 곳의 닫혀있는 문들을 열어서 그 안의 두려움을 담담히 바라보고, 그 두려움을 느꼈던 과거의 자신을 토닥여주라는 말씀이겠다. 아마 평생 지속해야 할 일일 것 같은데, 내가 수업에서도 자주 활용하는 루소의 내면의 화해라든가 기억 재구성 등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6. 일이 틀어질 때에는 재빨리 도움을 요청하라.
지금 내게 멘토는 없지만 힘든 문제에 대해서는 술 한 잔 놓고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친한 벗들이 있다. 그러나 나 혼자만 대면하는 '내면 깊은 문제'들도 별도로 있다.


7. 할 수 있는만큼 새로운 것들을 배워라.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고, 그 내용을 평소의 일상 속에서 반추하여 삶속에 살아있는 논제로 만들며, 그것들을 강의나 집필을 위한 재료로써 녹여내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한다. 이런 배움의 과정이 내 성장의 중요한 부분이고 자기실현의 여정에서 필수적이라고 본다.


8. 당신이 포기하지 않을 운동 순서를 발견하라.
바빠서 많이는 못해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간단한 운동과 신체단련을 하고 있다.


9. 심하게 자책하거나 과거에 사로잡혀 살지 말라.
자책, 죄의식, 수치심, 억울함, 증오 등을 인식하고,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이 해방으로의 첫걸음임을 믿고, 글이나 대화를 통하여 과거의 과오를 표출하려고 한다.


10. 당신을 강하게 만드는 당신만의 개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키워라.
이 대목이야 말로 강한 복원력이 자기실현 지향의 에너지와 관련있음을 강하게 시사해준다. 즉,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탐색하여 파헤쳐 들어가고, 죽기 전에 반드시 자신만의 꽃을 피워보려는 욕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 즉 자신의 고유성을 드러내고 개성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복원력이 강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이치에 합당하겠다. 그러므로 나의 결론은, 비실거리지 말고 나름대로 힘차게 잘 살다 가고 싶다면, 평소에 끝없이 배우며 자신의 개성을 발휘할 방도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 되겠다. 뭐, 전혀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 고금의 성현들이 늘 일러주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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