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2015/12/20) + 차차 수정·보완할 예정
 

© Suk Hoon Han                                                                                                                                                                            

 

주관은 4차원적이다. 왜냐면 시간의 경과 과정을 다 포괄하여 형성된 관점이므로. 일례로 사이좋은 노부부는 주름 투성이의 배우자를 어여삐 여기는데, 그건 배우자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 속에는 젊었던 시절의 곱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늙은 아내를 바라보는 시각 속에 수십 년이 공존한다.


한국인은 한국의 근대사를 주관적으로 보게 된다. 그건 '조국'의 현장에 일어난 모든 일, 즉 역사를 품고 근대사를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한국의 근대사를 객관적으로 본다. 따라서 미국인은 일제(日帝)를 '근대화주의자(modernizer)'로, 일제에 반기를 든 예컨대 유림의 경우는 '전통주의자(traditionalist)'로 간단히 규정해버릴 수가 있다. 한국인은 한국을 객관화하여, 동족을 저버린 이들을 단순히 modernizer라 칭하고, 옛 방식을 고수한 이들을 단순히 traditionalist라 이름 붙이지 못한다. 한국인은 한국을 주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고, 그러므로 정복자를 좇은 이들은 배신자로, 우리 것을 고수하는 이들은 우국지사로 보게 된다. 나는 일제의 탄압을 '근대화'로 옹호하거나 심지어 전시의 성노예 관행을 '복잡하게' 설명하려는 한국인들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며 지적으로 우월한 시각을 획득한 이들로 여기기보다는 그저 동족에 대한 변절자들로 여긴다.


시간의 축을 따라 일어난 모든 일을 다 품고 수용하는 것은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고, 역사를 이해할 때 우리는 그 대상을 사랑하게 된다. 오늘날 한국인이 한국인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현실과 꿈 사이의 접합점을 찾아가는 길은 타협이라기보다는 최상의 중용으로써 여길 필요가 있다. 실은, 중용이란 현실과 꿈, 양자 각각에 최선을 다해야 찾을 수 있는 신비로운 지점일지도 몰라.


수석 좋아하는 노인, 땅으로 돌아갈 때가 됐기에 암석에 공감하므로. 나무 좋아하는 중년도 마찬가지. 동물 좋아하는 청년은 자신의 '자연'을 눈치 챈 것.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의존하려 한다. 내 가족과 친지들뿐 아니라 학생들과 그밖의 여러 나이 먹은 이들도.


왜 나의 수업은 힘이 있는가? 내가 내 삶을 바친 것들을 수업의 내용으로 삼기 때문일 것이다.


수백 편의 에세이를 읽는 기말채점이 고되긴 하지만, 이따금씩 내 가르침을 스폰지처럼 흡수하여 자기 것으로 만든 학생들의 글을 접하면 참 기쁘다.


숲은 아름답고, 어두웠고, 깊었다.
 - Robert Frost,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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