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1

하룻 밤에 꾼 여러 편의 꿈들에서 반복하여 돌아오게 된 한 건물이 있다. 건물 주변은 상점들이 늘어선 저자 거리다. 그런데 남자들 밖에 안보이고, 그들 무리 중에는 정치적 선동꾼들이 뭔가 떠들썩하게 연설을 하고 있다. 건물 1층 입구의 선술집에도 남자들 밖에 없는데, 그곳을 관통하여 건물의 중심부로 진입할 수 있다. 이 입구까지도 허름하고 어수선한데 비해, 중심부부터 위로 오르는 계단은 고급스러운 대리석 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이 학교란다.

나는 1층의 선술집에서 바닥을 지저분하게 어지르는 남학생들을 꾸중했다가 그들이 나(= '선생님')의 반의 여자애들이 "개판"을 치고 있다 대꾸하는 바람에 내 반으로 급히 올라가게 됐다. 대리석 계단은 좌로 휘었다가 우로 휘었다 하며 예측할 수 없는 패턴으로 길이 나있다. 3층인가까지 올라가니 저 먼 데서부터 교장, 교감이 걸어오고 있는데 나는 그들을 힐끔 보고 회피한다. 내 반으로 계속 가려니 대리석 길은 끝나고 허름한 목재로 된 비좁은 복도로 들어가야 하고, 불안정스러운 그 복도의 입구에는 70년대 박정희 정권 때의 독재선전용 문구와 사진 등이 게시돼있다. 나는 그 복도로 들어갈지 망설인다.


해석

내가 지향하는 인간성의 최상층부를 후대를 위한 교육이 차지하고 있는데, 그 교육이란 고대 이래로 축적된 가치있는 문명(대리석)의 최종산물이다. 그러나 그러한 궁극의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번잡한 사회경제적 환경을 거쳐가야 하고, 호전적인 남성성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아직 무의식에서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여성성과 제대로 접촉해야 한다. 그 교육의 실현에 오르는 대리석 길의 좌우로 뻗은 굴곡은 대극의 합일을 지향하는 것 같고, 교장이 대표하는 관료주의와 독재정권류의 선동으로 인해 형성된 지리멸렬상을 극복해야 한다.


꿈2

마트에 갔더니 프로이트 피규어를 잔뜩 쌓아놓고 팔고 있다. 아주 많이 쌓여있어 흔한 물건으로 보이지만 꽤 관심은 있어서 나중에 하나 사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지나쳤다. [여러 과정을 거친 뒤] 마트 직원이 프로이트 피규어를 떨이로 반액 세일한다고 외치길래, 그거 잘됐다 싶어 집으러 진열대로 가보니 그 많던 상품이 이미 다 팔리고 두 개 밖에 안남았다. 그것도 진열대가 수직으로 높고 폭이 좁은데, 그 안에 수직으로 뻗은 가느다란 막대기가 있고, 그 막대기 위에는 어린이용 그림책들이 잔뜩 쌓여있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를 상황인데, 그 막대기의 밑둥 뒤쪽에 피규어 두 개만 덩그라니 남아있다. 나는 팔을 뻗어 그 두 개를 살펴보니 포장이 다 뜯겨 훼손된 상품. 그나마 상태가 좀 나은 한 제품이라도 집어서 가져간다. 그래도 내부에 제품인 프로이트 피규어는 멀쩡한 상태다. 프로이트 얼굴을 보며 콧수염 난 그의 얼굴이 히틀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해석

나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이 대중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양가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이론을 꽤 존중하지만, 그것이 손쉽게 이용되고 있고 인기를 끌고 있는 세태에 대해서는 딱히 탐탁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나의 사상적 성숙의 서고에 기념으로는 간직해두고 싶어 하는데, 아동의 심성이나 설화를 설명해주는 그의 이론의 줄기가 견고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최근에 프로이트주의자인 에릭 에릭슨의 이론을 탐독하는 과정에서 많이 감탄도 했고 배우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프로이트적 성(性) 결정론적 결론에 대해서는 내가 의구심을 품고 있는가 보다.


일상
[종강한 수업의 수강생들에게 단체 메일로 보낸 글]
교육철학과 교육사 수강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 강좌를 공식적으로 마치며 수업 때 다하지 못한 말씀 하나 덧붙입니다. '경(敬)'을 오늘날 서구에서는 'mindfulness'로 풀어서 이해하고, 이를 우리가 역수입하여 '마음챙김'이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마음챙김'은 지금 이 순간을 매번 새롭게 사는 것으로, 바로 듀이가 말한 '경험'과 같다고 저는 봅니다. 우리는 '경'의 자세로 매사를 대할 때 매사를 제대로 경험한다고 할 수 있겠죠. '마음챙김' 연구의 대가인 하버드대 심리학과의 엘렌 랭어 교수는 호텔방 청소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방청소하는 일을 건강증진을 위한 운동으로 여기도록 유도했을 때 현저한 건강의 향상이 일어난 실험을 예시하며, 우리가 자신이 접하는 매번의 경험을 '경'의 자세로, 온 마음을 다해 새롭게 경험하려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전언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 무슨 일인가 하는 이 'routine'을 완전히 새로운 경험인 것처럼 온 마음을 집중해서 실행해보면 어떨까요? 저는 오늘 아침에도 전철을 그렇게 탔고, 오십여 년 마주해온 햇살을 그렇게 다시 품어봤습니다. 그리고 이런 작별인사를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