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월 기록 (2016/8/27 이후)

맡아서 하는 일들이 많다보니 이번 달의 수행일기를 쓸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이번 달에 내가 썼던 글을 갖다 붙이고, 읽은 책 내용을 발췌해 붙이고, 본 영화 내용에 대해 조금 끄적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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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을 위한 인문학적 인성교육 과정 마지막 정리

- 한석훈 (경희대학교 인성교육센터)

자기이해, 자기인식, 또는 ‘나 자신을 아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 자신을 잘 알아야 자신을 잘 쓰고, 자신을 잘 써야 잘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순서를 뒤집어 말하면, 잘 못 사는 사람은 자신을 잘 못 쓰는 사람이고,
자신을 잘 못 쓰는 이유는 자신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그런데 ‘잘 산다’는 말의 뜻이 무언지 알기 위해서는 철학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돈, 명예, 건강, 가족, 사랑, 행복 등등이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라고 짐작은 할 수 있지만, 나라는 독특한 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는 철학적으로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는 찾기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에게는 인문학적 고전 읽기를 권합니다.

어쨌든, 이 세상 수많은 어른들이 잘 살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자신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첫 시간에 제가 여러분의 부모님께 던져보라고 제시했던 질문을 상기해보세요: “엄마, 아빠는 자기 자신을 잘 알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부모님께서는 자기이해도가 높으실 수 있지만, 많은 어른들이 자신을 잘 모르는 이유 중에는 자신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은 왜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못 가졌을까요? 여러 이유들 중 다음과 같은 것들에 관해 마지막으로 생각해보고 갑시다.

- 자기 자신이 중요하다는 걸 잊고 살았다(돈 벌고 일만 해야 해서).
- 자기 자신을 자신의 관점이 아니라 남들(부모, 친구, 세상)의 관점으로만 바라봤다.
- 깊이 생각해보는 것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깊이 생각한다고 돈이 나와, 밥이 나와?).
-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기가 싫거나 두려웠다.

자기이해에 다가가는 길에서는 위와 같은 장애물들을 볼 수 있고, 8주 동안의 우리 수업을 통하여 여러분은 그 장애물들을 치울 수 있게 도와주는 활동을 접해봤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깊이 생각해보는 철학적 사고가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또한 무언가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등의 감정의 속박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주기 바랍니다. 자신의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말고 감정을 잘 다스려 철학적 사고에도 시동을 걸 수 있다면, 우리는 자신을 더 잘 알고, 그래서 더 잘 쓰고, 더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은 끝이 없고, 또한 결코 쉽지도 않습니다. 제가 대학생들의 자기이해를 돕기 위해 쓰는 교재 중에 독일 작가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이 책의 아주 유명한 글 한 줄을 갖다 붙입니다. 여러분도 선생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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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에 누워서> Irvin D. Yalom, 시그마 프레스 2007.

칼 로저스는 '치료자들을 훈련하는 데 시간을 쓰지 말라. 오히려 어떤 치료자를 선택할까에 시간을 써라.'라고 말했지요. - p. 18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환자는 죽었다.' - p. 19

치료자는 환자의 감탄을 필요로 한다. 배우자 상실은 감탄해줄 청중의 상실이라 절망적이다. 신을 믿는 이는 신이란 청중을 가진 이다. - p. 188

'깊이 들어가라 -- 의식의 가장 태고적 깊은 영역, 심층으로 들어가서 원초적인 느낌을 파헤치고, 아주 고대의 환상을 탐색하라. 기억의 가장 초기 영역으로 돌아가야만, 그래야만 너는 신경증의 뿌리를 뽑을 수 있고 분석적인 치료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 p. 245

"그는 훌륭한 치료자예요. 나는 그가 환자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주기 때문에 많이 먹어야 한다고 그를 놀리곤 했지요. 지나치게 환자에게 얽혀 들고, 그렇게 해서 자신을 지치게 만들지요. 그러나 내게 치료자가 필요하게 된다면, 나는 자기 자신을 환자에게 너무 많이 주는 우를 범하는 그런 치료자를 선택할 겁니다." - p.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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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걷는 남자 The Walk> -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다음 구절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명화였다.

"자네는 놀라운 것을 발견하네. 자네가 점차 그 주인이 되는 것을 말이야. 자네를 계속 낚아채 가는 커다랗고 알 수 없는 보편적인 힘에다가 하나의 섬세하고 작은 자신의 힘이 더해지는 것을 발견하네. 하나의 기관, 하나의 방향 키 말일세! .... 자네는 그것[= 날아가는 것]을 새로운 기관, 즉 하나의 호흡조절기를 가지고 하고 있어." .... 나는 .... 진화의 초기 단계에서 나온 기능 하나를 생생하게 느꼈다. (144-5쪽)

우리의 과제는 세계 안에서 하나의 섬을 제시하는 것, 어쩌면 하나의 모범을, 아무튼 살아가는 다른 가능성을 알리는 것이었다. (193쪽)

"늘 생물학적으로 발전사적으로 생각해야 돼! 지표 위에서 일어난 지각 변동이 물에 살던 동물을 뭍으로, 뭍에 살던 동물을 물로 던져 넣었을 때, 그때 운명에 준비된 예들이 있었지. 들어보지도 못한 새로운 것을 완수하고 새롭게 적응하며 자신의 종을 구해낼 수 있었던 예들이 말이야.” (197-8쪽)

'수행일상 2016'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