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이해 (2016/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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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 Hoon Han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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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 전서 13장
50세를
넘긴지 몇 해가 지났으니 이제 나는 얼마나 나를 많이 알게 됐다고 할
수 있을까?
잘못된 질문. 나는 그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가는 나를 이해해가고
있을 뿐, 그 방향이 유일하게 합당한 방향도 아님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자신을
안다는 모든 자만은 자신을 제한하고, 완전히 새로운 확장의 단초를 말소시켜버린다.
그럼에도,
지금 이해해가는 성장의 방향에서 어느 정도 나를 알게 됐다고 말을 할 수는
있겠다. 이 정도에서 내가 알게 된 나는 마음이 가난한 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천국은 나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이런 가르침을 설파한
종파의 멤버쉽을 유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이
종파의 멤버쉽이 인류 모두에게 차별없이 열려있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또, 내가 알게 된 나는, 불교의 길을 공감할 정도의 깊이는
없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말로써, 머리로써는 아는 것 같아도, 수행
길 20년에 '공(空)'이나 '무(無)' 같은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헌데 기독교의 '주님'과 '천국'은 마음 깊은 데서 공감이 우러나온다.
기독교적 신앙이 불교의 성불에 비하여 열등하고 유치한 길이라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아둔한 내가 후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도움이 필요한 것 같다.
정식 수행 길에 오른지 20년이 가까워
오건만, 나는 여전히 먹고 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하며 살고
있고, 나를 온전히 수행에 바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생에 자유인이
되긴 글러버린 걸까? 허나 마음이 가난한 자는 자신이 자유인이건 월급쟁이이건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어찌 되어 보려는 욕심도 없고, 뭘 성취하려는
집념도 없다. 나름 할만큼 하며 살아왔으니 이러다 죽어도 그만이다.
이것이 내가
알게 된 나다.
그런데 바로 요만큼의 자기이해 덕분에 삶의
여러 상황에서 집착을 떨굴 수 있고, 그러해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본디 이 정도 공력 갖고 제대로 된 교육자 행세를
할만큼 뻔뻔하지는 못하다. 자신이 그저 진짜 훌륭한 교육자들의
가르침을 열심히 퍼다 나르는 조교 정도임을 알게 된 것도 자기이해의
진전이기는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