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20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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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 Hoon Han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계절을 자연스레 좋아하게 된다던데, 나는 한 여름에 태어났음에도 신록의 계절 5월을 더 좋아한다. 어쩌면 나이를 먹을수록 봄에 새로이 돋는 어린 싹들의 빛깔에 매혹되는 정도가 심해져서인지도 모르지만, 돌이켜보면 십대에도 신록을 사랑했던 것이 뚜렷이 기억난다. 나는 원체 번잡한 도시의 인파와는 거리가 있어서 호젓한 자연 속의 은둔을 선호하는 인간형이다보니, 나무와 풀과 꽃이 명랑하게 살아나는 5월의 자연을 목도하게 되면 도시를 벗어나 산속으로 들어가고파 몸이 근질거린다. 그러나 당장 여행을 떠날 처지는 못되어, 궁리하다가 일이 없는 평일에 집에서 가까운 자연 속으로 떠나봤다. 일감을 배낭에 쑤셔넣고 과천 서울대공원 숲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실은 내가 집필한 두 책 각각을 서울대공원 동물원 산기슭의 호젓한 연못가 벤치에서 탈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동물원에 가서는 일은 조금밖에 못하고, 하늘과 바람과 풀과 나뭇잎만 한참을 바라보다 돌아왔다. 자연 속에서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그저 나로서 있고 싶었다. 그렇게 할 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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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 Hoon Han
나무와 풀을 음미하며 자연의 일부됨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물을 대하며 그리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에 길을 걷는데 저 앞에서 길고양이 두 마리가 서로에게 으르렁대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곁에 2미터도 안 떨어진 데서 까치 한 마리가 그 둘을 바라보며 계속 깍깍 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까치가 고양이의 싸움에 참견을 하다니. 우두커니 그 꼴을 바라보고 있다가 웃겨서 나도 다가가 까치에게 참견을 했다. "얘, 넌 뭔데 쟤들 싸움에 참견이니?" 내가 다가가니 까치도 휙 날아가버리고 고양이 두 마리도 딴데로 가버렸다. 아마 나에게 이렇게 투덜대는 것 같았다. "댁은 뉘시길래 우리들 일에 참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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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 Hoon Han
글쎄 말이다, 내가 뭐하러 고양이와 까치의 일에 참견하나? 그들을 쫓아버린 게 돼서 미안한지만, 동물들이 궁금하고, 나무와 풀들이 궁금하다. 자연의 사연은 신비롭고, 끝도 없으니. 5월은 말 건네볼 나무와 꽃이 많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