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부모 되기 (2017/1/31)

내가 일을 맡고 있는 경희대 인성교육센터에서 얼마 전에 '학교·가정·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인성교육'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여러 훌륭한 교육자, NGO 활동가, 관리 분들을 초대하여 좋은 말씀을 듣고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만든 것인데, 주최측인 나 자신도 발표 한 꼭지를 맡았고, 그 제목은 '(전)인성이냐, 성적이냐 - (학)부모 딜레마의 극복을 위하여'였다. 내 발표의 요지는, 우리의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을 위해서는 학부모와 어른들이 일단 아이들 심신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기본을 마련해주고 그 다음에 지적, 정서적 성숙을 도모해야 할 터이거늘, 오늘날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장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른의 기준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으므로, 먼저 아이의 성장을 이해하기 위하여 어른인 우리의 성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요지는 성인의 자기이해 촉구라 하겠다. 사실 이 주제로 쓸 책을 세 권쯤 구상해놓았는데 가족 먹여살리기 위해 여러 일을 병행하다보니 통 집필할 시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한 번 과감하게 모든 걸 접고 집필에만 매달릴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은 들지만 그럴 용기를 올해에는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튼 성인, 또는 학부모의 자기이해를 촉구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놓았고, 짧은 발표시간 때문에 보충 자료를 인쇄해가서 방청객에게 나눠줬다. 그 자료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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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삶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그 자식은 삶을 사랑할 줄 알게 된다.'
(에릭 에릭슨의 말씀의 한석훈 의역)

'어른들은 종종 특이하고 완고하고 불복하는 아이나 다루기 힘든 아이를 보면 특별히 개성이 강하거나 고집이 센 아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잘못이다. 그런 경우에 우리는 언제나 부모의 환경을, 부모가 처한 심리적 조건과 삶의 역사를 조사해야 한다. 그러면 거의 예외 없이 우리는 부모에게서 아이가 겪는 어려움의 진정한 원인을 발견할 것이다. 아이의 기이한 성격은 아이 본연의 내면생활을 표현하는 것이기보다는 가정 안의 혼란스러운 영향을 반영한다. 나이가 어린 환자의 신경성 장애를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의사는 반드시 부모의 정신적 상태에, 부모들의 문제에, 그리고 부모들이 살거나 살지 않은 삶의 방식에, 부모들이 성취했거나 무시한 포부에, 그리고 가족을 지배하는 분위기와 교육 방식에 주의를 세심하게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는 당신에게 학교를 졸업하는 것으로 교육은 끝이라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일지라도 마찬가지이다. 청년들을 위한 강의도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학교도 있어야 한다. 지금은 사람들이 생계를 꾸리고 결혼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교육시키고 있다. 그런 다음에는 모두가 복잡한 정신적 준비를 다 갖춘 것처럼 사람들을 그냥 놓아버린다. 인생이 제기하는 복잡한 모든 문제들에 대한 해결을 순전히 개인의 분별력 혹은 무지에 맡겨버리는 것이다.

그릇된 조언에서 비롯된 수많은 불행한 결혼과 수많은 직업적 실망은 단지 이런 성인 교육의 부재 때문이다. 그 결과 엄청난 수의 남녀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완전히 모르는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유아기의 많은 악들이 근절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믿음이 팽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 유아기의 악들이 교육을 다 끝냈다고 여겨지는, 그래서 교육할 수 있는 시기를 오래 전에 넘긴 것으로 판단되는 성인들에게서 종종 발견되기 때문이다.'
(칼 구스타프 융, 김세영 외譯, 인격은 어떻게 발달하는가. 부글북스 2015: 60, 64-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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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키우는 일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인간성장에 대한 이론화는 인간성장에 대한 경외심을 필히 동반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내 자식 키우는 일은 나의 삶의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이다. 만약에 내 자식의 인성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부모 탓인 줄 알라. 만약에 내 자식의 인성에 훌륭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하늘의 베푸심인 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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