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우도

십우도(十牛圖)2 (2017/10/8)

여러 해 전부터 교육적으로 매우 유용하다고 여겨 강의 때도 이따금씩 활용해왔던 십우도를 얼마 전에 들렀던 고찰에서 색다른 그림으로 만나게 되어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왔다. 내가 선 각도에서 촬영하기가 쉽지 않아 삐딱하게 찍힌 사진들이지만 소박한 그림체에서 고졸미를 느낄 수 있다. 7년 전에 수행일상에 올렸던 그림들보다 커서 볼 거리도 많다.

1. 심우(尋牛): '소를 찾아 나서다.' 내 보기에는 동자가 아직 소(참된 나)를 찾아 나선 것 같지도 않고, 인생살이에 먹고 사는 것 말고 또 뭔가가 있지는 않은지 둘러보고 방황하는 단계인 것 같다.

2. 견적(見跡):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다.' 삶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참된 나의 흔적을 발견한다.

3. 견우(見牛): '소를 발견하다.' 드디어 자신의 '본성' 같은 게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양분을 섭취하고 배설하며 번식하는 유기체에 지나지 않는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된다.

4. 득우(得牛): '소를 얻다'. 본성을 깨닫고 정진하여, 비로소 참된 나를 끌어내기 시작한다. 인생을 참된 나를 드러내는 장으로 볼 수 있게 된다.

5. 목우(牧牛): '소를 길들이다'. 소가 희게 변하는 것은 무의식의 의식화. 참된 나 안의 의식된 부분인 소의 흰 영역이 점점 커지며 자기인식이 깊어진다.

6. 기우귀가(騎牛歸家):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 참된 나를 제 뜻대로 이끌어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번 생에는 이 경지까지 다다를 수 있으려나...

7. 망우존인(忘牛存人): '소를 잊고 사람만 남다.' 참된 나에 의지함조차 뛰어넘었다.

8. 인우구망(人牛俱忘): '소와 사람 둘 다 잊다.' 참된 나와 에고, 둘 다를 잊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공(空)이므로.

9. 반본환원(反本還原): '있는 그대로의 세계로 돌아가다.' 지금이 영원이요, 이곳이 전체라는.

10. 입전수수(入廛垂手): '저자에 들어가 중생을 돕다.' 우주의 진리를 깨달았지만 미처 못 깨달은 중생의 깨달음을 돕기 위해 세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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