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없는 신앙 Faith
without Religion (2018/10/21)
©
Suk Hoon Han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가끔은 '종교는 없지만 신앙은 있다'는 나 자신의 태도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런 내 말에 수긍하는
이도 있지만, 당최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이들도 있다.
후자에 속하는 이들에게 소상히 설명하는 것은 강의실이 아닌 이상 부적절하고,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냥 '이상한 놈'이라 여기며 나와 헤어졌을지도
모른다.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물론 이 싸이트에
오는 분들은 위와 같은 나의 태도를 이해하는 분들이라고 짐작한다.
그래도 '나에게 신앙은 있다'는 내 태도에 대하여 모처럼 설명을 적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신앙에 수동성과 능동성이 공존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30대 말의 신비 체험을 거치며 생성된 나의 신앙은 1차적으로
지극히 수동적이었다. 그것은 내가 전혀 내 의식적 의지와 상관없이
경험한 신성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서, 쬐그만 인간 생물에
불과한 나는 납작 엎드리고 순종하여 신에게 나를 내맡기는 것 외의
어떤 것도 상상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가 내게 알려준
내 내면의 신성을 끄집어내서 실행하겠다는 거의 불가능한 시도를 감행하며
현실 속에서 줄곳 피를 흘렸다.
50대에 접어들며 알게 된 신앙은
이와 같은 '자아(ego)'의 순종과는 대비되는 '자기(self)'의 능동성이었다.
'자아'는 세상 속에서 나를 운용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일종의 주체로,
접신 체험 이후의 내 자아는 신에게 복종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런데
사회와 관계하므로 형성된 피상적
'자아'와 달리, 내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나의 진짜 주인인 '자기'는 신과 손잡고 동행하는 한
차원 높은 주체라는 것을 배우게 된 것이 50대 이후의 변화다. '동행'이라
함은, 자아의 수동적 순종과 달리 감히 자기가, 내가 신과 능동적으로 손잡음을
믿는 차원이다.
나의 '자아'는 의식하지 못하여도, 신은 생사를
초월하여 최상을 감행하는 '자기'를 절대적으로 돕는다. 자아와 동일시하는
내가 이런 신을 믿는다는
것은 강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자아가 진정으로 신을 믿게 되는
것은 포기나 체념이 아니라, 나의 가장 강한 의지가 담긴 믿음을 끄집어내는
일이다. 믿음은 알량한 나의 자아와 몸뚱아리의 이익을 신께서 돌보아주시기를
비는 마음이 아니라, 불가능해보이거나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필히 이루어지도록
만들고야 말겠다는 가장 강한 의지이다. 그래서 신앙은 자아로 하여금
자아를 초월하게 이끄는 열쇠다.
이런 점에서 나는 교세확장과
치부(致富)에
사로잡힌 숱한 종교 집단들의 기복적 '믿음'을 거부한다. 그러나 이를테면,
고독하게
낮은 곳으로 내려가 자아를 버릴 것을 명령하는 예수의 원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소수의 참된 종교인들은 나의 믿음관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연유에서 나는 종교는 없지만 신앙은 있다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
문장이 딱 맘에 차는 것이 아니라 추후에 수정할 여지가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