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삶의 정상화 (2018/3/11)
©
Suk Hoon Han
요즘
큰 힘을 얻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하여 '촛불혁명이 가져온 진정한
변화의 물결'이라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며,
이번에 드러난 일련의 폭력적 구태에 대한 경각심이 우리 문화에 강력한
영향을 끼쳐, 장차 양성이 조화를 이루는 진정한 민주 사회가 도래하기를
기원한다. 마침 최근에 읽은 신화학 책의 내용이 현 세태와 흥미로운
유사점을 갖고 있기에 여기에 발췌해본다. 아득한 선사시대에도 여성의
경제적 역량이 신장됨에 따라 여성의 권한이 강화되었고, 이에
대해 남성의 반발이 일어났다고 인류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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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의
열대 원예농업 지대에서는]
수렵인의 것과는 거의 전적으로 대립하는 세번째 유형의 사회조직이
발전하였다. 이 지역들에서는 주술-종교적이고 사회적인 특권을 향유하는
것이 남성이 아니고 여성이다. 그리고 채집 사회에서 경작 사회로의
전이를 가능하게 한 것도 여성이다. 첫번째 유형의 단순 사회에서는
남성 일반이 사냥꾼이고 여성은 뿌리, 장과, 다양한 종류의 땅벌레,
개구리, 도마뱀, 곤충, 그리고 여타의 맛있는 식량을 채집하는 일을
담당하였다. 두번째 유형의 사회는 덩치가 큰 사냥감이 많은 곳에서
발전하였으며, 그러한 곳에서는 억센 힘을 필요로 하는 사냥 기술이
요청되었다. 이와 달리 세번째 유형의 사회는 주요한 식량 자원이 식물인
곳에서 등장하였다. 여기서는 여성이 우월한 지위를 갖게 되었다.
여성은 단지 아이를 출산하는 것만이 아니라 식량의 주된 생산자였개
때문이다. 야채와 채소를 채집하는 것만이 아니라 재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여성들은 땅을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땅의
소유자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경제적·사회적
힘과 위신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거기서는 모권제사회가 출현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세번째 유형의 사회 속에 사는 남성들은 잉여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만일 그들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남성들이 하는 역할을 알지 못하였다면, 그들의
열등감은 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남성들이 자신들의
이러한 처지에 대한 반발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여 자신들만의 비밀
집회소와 결사를 만들었다면, 그것의 일차적 목표는 여성들에 대한 항거에
있었음에 틀림없다! (죠지프
캠벨, 신의 가면 1 - 원시 신화, 까치, 2003, pp. 366-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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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문적 스승인 캠벨
선생의
글이다. 나는 평소에 나 자신이 딸 둘의 애비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유리한 곳으로 개선되어 내 딸들이 나중에 잘 먹고
잘 살게 되고, 그래서 딸들이 늙은 애비에게 손 벌리지 않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농담조로
말한다. 성차별을 극복하는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성장통이 꼭 필요할
것이다. 위에서 캠벨 선생이 짚은 남성들의 반발은 아마도 일베 집단
같은 곳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남성들을 건강한 인격
성숙의 길로
이끄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최근의 경험에 따르면.
이즈음 들어서는 내가 그런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오만한 생각도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