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죽음 (2018/9/2)
 

© Suk Hoon Han                                                                                                                                                                            


 

가장 무더운 여름이었다. 이 여름동안 나는 내 아버지와 장인, 장모를 모시고 내 가족을 돌보는 일들에 압도되어 개인적인 일에 거의 힘을 쏟지 못했다. 고령에 치매로 요양원에 거하시는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워서 모시고 다니고 아버지의 빈집을 정리하여 처분하는 일 등으로 분주한 가운데, 예상치 못했던 장인의 급작스런 서세로 장례를 마치느라 정신이 없었으며, 대학입시 수시전형 준비로 바쁜 딸을 돕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폭염을 가로질러 헉헉거리다보니 어느새 시원한 바람이 불고 새학기가 다가왔다. 이번 학기부터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의량이 줄어서 내 집필에 쓸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집필 내용의 핵심이 될 경험들을 이번 여름에 더할 수 있었으니, 그것은 노화와 죽음과 관련된 것들이다. 인간이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도가 높은 성현들이 그리 하셨다는 말씀이 전해져내려오니, 감히 내가 그것을 전수받아보고 싶다. 나의 죽음에 이르는 길을 즐겁게 닦아가고 싶다. 역설적이지만, 지금 최선을 다해 잘 사는 것이 죽음에 즐겁게 다가가는 중요한 원칙이기도 하다. 따라서 내일부터 새롭게 만나는 젊은 학생들에게 최상으로써 다가가야 한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뛴다. 역시 아이러니이려나.

참, 얼마 전에 나의 세 번째 책이 세상에 나와서 표지 화면에 링크를 걸어둔다. 공저이지만 60% 넘게 내가 만든 책이고, 이번 학기부터 대학원 수업에서도 활용할 생각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은 돌발성 산물이고, 내가 쭉 구상하고 공부하고 있는 내용은 성인의 성장, 노화, 죽음에 관한 것으로, 그 책을 내년에는 내놓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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