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새 강의  (2024/4/8)



© Suk Hoon Han                                                                                                                                                                            


 

출강하는 대학의 의뢰로 이번 신학기에 추가로 2개의 새 강좌를 만들어서 강의하게 되는 바람에 지난 겨울방학은 쉴 틈 없이 일만 했고, 신학기 시작하고 한 달이나 지나서야 겨우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조금도 불평하는 게 아니다. 오직 감사할 뿐이다. 이순도 넘어 노화 진행하고 있는 나에게 아직 후대를 위해서 일할 능력이 남아 있고, 그 능력을 활용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세상에는 칠순 넘어서도 선생 일을 잘 하는 뛰어난 인물도 있겠지만, 인간의 능력은 개인차가 심하여 나같은 종자는 이미 지적, 육체적 역량이 쇠락하고 있으니, 지금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한다.

지난 이십 수년의 세월에 걸쳐 수많은 대학에서 수많은 다양한 강의를 맡았는데, 세월이 흐르며 점점 내가 집중하고 있는 공부 분야의 강의만 맡을 수 있게 되었고, 결국 이번 학기에는 '교사의 자기실현'이라는 강의를 담당하게 된 것은 그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하늘의 은총이 작용한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그간 나의 학생들에게 다량의 지식을 전수하려 하지 않았으며, 지적인 통찰을 유도하거나 인식의 성숙만을 촉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세상에 태어난 자신의 의미에 관하여 성찰해보는 계기를 제공해보려고 나름 꼼지락거리며 교육자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왔으니, 이는 어쩌면 나의 인간적 흠결과 과오와 죄악을 보상해줄 최상의 길이 진리의 법어를 나누는, 말씀을 나누는 행위에 있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말씀이 정작 나 자신을 정화해주지 못하면 그 또한 얼마나 헛되겠는가. 하여, 나날이 '죽음과 친해지는 삶'을 숙성시키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는 작업을 지속하고자 한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의 '바름'을 나의 자아는 판정하지 못한다. 그건 나의 참된 주인인 '자기'가 언젠가 판정할 일이다. 훗날 내가 죽은 뒤에 내 자식들이 아비를 기억함으로써 더 자신의 자식들을 사랑하게 된다면 내 삶은 그런대로 성공적인 삶일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수행일상 2019~'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