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성찰교육 원고 2 (2020/1/10)



© Suk Hoon Han                                                                                                                                                                            


 

죽음에 이르는 중노년층의 성찰을 소재로 하는 다음 번 책을 집필중이고, 그 내용 일부를 두 번째로 올려본다. 전 번에 이어서 오십대 남성이 여성 심리상담가와 대화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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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먹고, 자고, 배설하고, 번식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돼야만 생존할 수가 있는데, 짐승과는 달리 단순히 생존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해서, 보다 안정된 환경을 원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기를 원하는 등 욕구가 많습니다. [중략] 이런 욕구들이 다 충족됐을 때 흡족해 하며 잘 살면 좋겠건만,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욕구가 있어서 유 사장님처럼 자신의 깊은 내면을 찾아 헤매다가 길도 잃게 되는 것입니다.”

“알겠어요, 저는 먹고 살만하고, 주변에 사람들도 있고 그들에게 인정도 받지만 여전히 욕구가 남아있군요. 이건 뭐, 밑 빠진 독인가요?”

“그 비유는 너무 염세적입니다. 매즐로우는 최상위 욕구를 충족시키면 드디어 인간이 만족하고 행복을 맛본다고 했거든요. 최상위 욕구는 좀 전에 유 사장님이 얘기하신 고차원적인 욕구, 바로 그것이죠. 매즐로우의 표현을 따르자면 자기실현 욕구라고 합니다.”

“제가 말한 거요? 내적 성찰의 욕구가 자기실현 욕구라구요?”

“내적 성찰 욕구는 자기를 실현하려는 욕구의 시발점이죠. 깊은 내면을 탐색해서 자신을 더 많이, 더 크게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자그마한 자신이 아니라 커다란 자신을 실현할 수 있게 되니까요. 자기실현 욕구는 운명이 자신에게 준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실현하는 것이기도 하죠.”

“그럼, 박사님 말씀은 내가 지금 생각하는 나 자신보다 더 크게 될 수 있다는 말인가요?”

‘키가 더 커지거나 거시기가 더 커진다는 건 아닐 테고...’

“네.”

“믿어지지 않아요. 사람은 변하지 않거든요. 원래 타고난 꼴을 벗어나지 못하잖아요. 개과천선 같은 건 동화책에나 나오는 얘기구요.”

“유 사장님께서 방금 말씀하신 것을 세상의 일반적인 통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념은 대체로 맞는 얘기지만 통념을 벗어나는 예외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개과천선하는 사람도 있고, 훨씬 크게 성숙하는 사람도 물론 있습니다, 동화책이 아니라 실제에 말이죠. 그러므로 ‘통념이 곧 정답이다.’라고 확정지어버리고 다채로운 예외에 눈을 닫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 것도 새로이 배울 것이 없습니다. 사장님은 지금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으신 게 아니었던가요?”

“알았어요, 알았어요! 좋아요,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내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칩시다. 근데 그게 무슨 뜻인가요?”

“그건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대단히 중요하면서도 매우 단순한 것 한 가지만 예시하지요. 우리가 내적 성찰을 통해서 한없이 깊은 자신을 이해해가다보면, 세상의 시선이나 평가와는 무관하게, 즉 사람들이 칭찬을 하건 비난을 하건 말건, 내가 그냥 가장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또 마찬가지로 세상의 평가와 상관없이 내가 가장 잘 하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되지요. 밖의 평가와 무관하게 단순히 내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하는 무언가를 우리는 나의 고유성이라고 말할 수 있고, 바꿔 말하면 개성이 되겠구요, 이 개성은 깊은 나의 전모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어줍니다. 그래서 자신의 전모를 담고 있는 개성을 깨달아서 그것을 계발하여 실제로 세상에서 발휘하게 될 때, 우리는 그러기 전보다 훨씬 큰 사람이 되어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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