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성찰교육 원고 3 (2020/3/17)



© Suk Hoon Han                                                                                                                                                                            


 

죽음에 이르는 중노년층의 성찰을 소재로 하는 다음 번 책을 집필중이고, 그 내용일부를 세 번째로 올려본다. 쭉, 오십대 남성이 여성 심리상담가와 대화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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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내 안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가 볼 때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집니다. 무의식에 묻어둔 것을 의식화하는 작업이죠. 이게 곧 내적 성찰의 과정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주는 외국 음악가의 노래를 한 곡 들려드리죠.”

성 박사가 자신의 책상 위 컴퓨터를 클릭하니 거실 음향 장치에서 현악기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Journey to the Heart
Life is yours to spin and weave.
Your dreams are just as real, just sail away.
You'll never know who you are
until you close your eyes,
and open every door, shatter every fear,
stand alone and face the morning light.
How could you find greater freedom than this.
You’ll dream your dance when you choose to.
You'll only find what your heart wants to find.
You'll meet the one you are.

마음으로 가는 여정
인생이란 베틀은 당신이 짜는 것입니다.
당신의 꿈도 인생처럼 진실이니, 그냥 항해를 떠나세요.
당신은
두 눈을 감고,
자신 안의 모든 문을 열고,
그 안의 모든 두려움을 부셔버리고,
홀로 서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품에 안지 않고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이보다 더한 자유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당신이 선택한다면 당신의 춤을 추는 꿈을 꿀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그저 당신의 마음이 찾고자 하는 것을 찾게 될 것입니다.
당신 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음악이 유 사장님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어요. 노랫말처럼 자신 안의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 안에 숨겨둔 두려움을 직시할 수 있다면, 그러면 우리는 진정한 나, 가장 나다운 ‘나’가 될 수 있고, 그때 진정으로 해방되어 자유로워진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유 사장님은 이미 그 작업을 시작하셨어요. 싫어하는 영역에 ‘철학적 토론’이 있는데, 그게 싫으셨던 이유는 내적 탐색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런 내면 성찰을 해보기로 스스로 결정하셨잖아요. 두려워도 덤비기로 하신 것을 그래서 제가 용감하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글쎄요. 조금 싫어하는 것쯤이야 어떻게 해볼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세월이 약이라고 믿어왔습니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릴 만큼 지독하게 싫은 기억을 묻어서 삭히는 게 아니라 떠올려서 괴로워 할 때 우리가 해방된다구요? 이해가 안가요.”

“세월이 약인 경우와 그 반대인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세월에 따라 희미해지기 마련이어서, 힘겨운 유년기와 성장기가 지나고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는 ‘왕년의 좋았던 시절’에 대해 향수를 느끼며 회고하곤 하죠, ‘그래도 그땐 정이 있었어.’라고 그리워하면서요. 그러나 이건 대부분 나쁜 기억의 상실로 인한 오해이죠. 이와는 달리 세월이 지나도 전혀 아물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곪는 상처나 트라우마도 있습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약화되는 아픔은 인식되고, 공인되고, 공유되는 과정을 거친 데 비해서 오히려 악화되는 아픔은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죠. 어떤 상처는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아예 감춰버리게 되고, 그러면 무의식에 묻히게 되죠. 억압된 감정은 혼자 독버섯처럼 자라나서 나중에는 제어할 수 없게 되어 온갖 무의식적 퇴행을 유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싫은 기억을 묻지 말고 떠올려서 그것을 드러내 표현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눈물 흘리고, 그리고 타인들의 위로도 받고 할 때, 서서히 아물게 되지요”

“그런가요...”

“젊은 시절과 달리 ‘중년의 위기’를 지난 성인들이라면 나쁜 기억을 외면하고 회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말로, 글로, 아니면 그림이나 노래로든 드러내서 표현하는 것이 최상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외면하고 억누를수록 더 힘이 커지는 반면, 인정하고 표현할수록 힘이 약해집니다. 후자가 우리가 취할 현명한 태도이죠. 물론, 도저히 인정하고 드러낼 수 없는 크나큰 트라우마도 있고, 무엇보다 무의식 속에 묻힌 나쁜 기억은 실제로 기억해내기가 매우 어렵기도 하지요.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성찰이 유용합니다.”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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