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단상 (2022/1/30)



© Suk Hoon Han                                                                                                                                                                            



 

자기애의 골이 깊으면 자기혐오의 골도 깊다. 아무리 제 잘난 맛에 사는 이라도 사소한 일상의 실수에 분노가 치솟는다면 그 분노는 자신을 향한 것일 수 있다.


세월이 지나도 과거에 트라우마를 안겨준 이들을 용서하지 못하는 건 실은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가? 나도 이 모양 이 꼴로 태어나고 자라나서 그렇지, 내가 무엇을 그리도 크게 잘못 살았다는 말인가? 이렇게 태어나서 자란 것도 다 그럴만 한 신의 자비로운 연유가 있어 그러한 것이니, 자신을 책망하지 말고 끌어 안아라. 그 연유를 탐구하여 그 안에 숨겨진 목적을 달성하는 데 나를 바치면 될 일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그림자가 큰 법, 그 큰 그림자를 품을 마음을 이루어야 큰 산을 세울 수 있다.


누군가가 진실되다는 건 그가 선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선과 악을 인정할 줄 안다는 것이다.


자기혐오 따위 눈꼽만큼도 없을 것 같은 천사같은 이가 위험한 것은, 그의 인격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상상조차도 못해봤기 때문이다. 상상도 못해본 어둠이 튀어나올 때, 그는 인간성의 밑바닥의 또 아래의 저 밑의 심연으로 추락하여 악마를 만날 것이다.


가족, 친지에 대한 태도: 매사에 백점인 사람은 없다. 자신을 돌아보라, 스스로에게 100점 만점 중 몇 점이나 줄 수 있는지. 만약에 상대방이 나에게 70점 이상을 해준다면 커다란 축복인 줄 알라.


사막의 오아시스에 몇 그루의 나무가 있는 것이 전혀 없는 것에 비하면 기적과도 같은 자비이다. 기적적인 자비를 베푸는 극소수를 존중하라. 그들 덕에 우리가 살아남을 것이니.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영혼의 공부 따위를 한다는 것은 특권이다. 특권을 누리면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감사하는 이는 공손히 세상에 머리를 숙여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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