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

1. 과거의 나: 인본주의자(humanist), 불가지론자(agnostic), 또는 이성주의자

	우리 인생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아니, 모든 생물의 삶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별 수없이 종교를 건드리게 됩니다. 당신은, 그런 의미를 부여하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냐고 묻겠지요? 내 대답은, 자신의 삶이나 또는 자신과 같은 피조물들의 삶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단순히 개인적으로 불운한 자일 뿐 아니라, 삶 자체를 영위할 자격도 거의 없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 앨버트 아인쉬타인, The World as I See It, 1934
워낙에 저는 종교나 영적인 것 등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던 남자였습니다. 과거에 제가 주로 추구했던 것은 지성(知性)이었고, 지성으로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인간이 알 수 없는 범주의 것이므로, 그에 대하여 떠드는 것이 어리석다고 여겼습니다. 사춘기 이후 20대 초반까지는 종교에 이끌리어 이런 저런 종교의 문언저리를 기웃거렸던 적도 있었으나, 그 이후론 사회에서 줄곧 '무신론자'로 분류되어 살아왔지요. 뿐만 아니라, 단순한 무신론자가 아닌 적극적인 반종교론자이기도 해서, 국내외의 고등교육기관에서 수학하며 여러 종교에 역사학적이고 비교종교학적으로, 그리고 비판적으로 접근하여, 지인들로부터 '적그리스도'라는 호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인간의 삶의 의미란 다윈이 제시한 진화의 굴레 속에서 좀 더 자신의 종자를 번식시키기 위해 타인들과 각축하며, 그런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낸 문명이란 또 하나의 굴레가 주는 속박을 프로이드가 그린 무의식과 같은 작용을 통해 버티어가며, 완전히 개체가 소멸하는 순간인 죽는 그 날까지 생명을 보존해가야 하는 그런 삭막한 것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굴레를 무시한 어떤 정신적인 시도들도 위선일 뿐이라는 그런 마음가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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