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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2 학생이 '유진의 학교'를 읽고 방명록을 남겨봅니다
ForestEom  2020-05-13 21:57:35, 조회 : 35, 추천 : 5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교육 분야로 꿈을 키우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유진의 학교'를 읽고 오랜만에 가슴을 울리는 책을 만난 것 같아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있는 교수님의 약력, 그리고 홈페이지 주소를 보고 이렇게 방명록을 남겨봅니다.

2020년 이 순간에 존재하는 한 명의 고등학생으로서, '유진의 학교'를 만난 저의 이야기를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진학 목표가 어릴 적부터 뚜렷하고 매일 독서실을 다니며 좋은 점수, 높은 등수를 받아오면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선생님들과 부모님들께 인정을 받아왔습니다. 저는 어릴적 그냥 외우는 역사 공부를 너무 싫어했는데 나의 언어로 역사적 상상력을 풀어내고, 반성과 교훈을 얻을 수 있는 학문이라는 걸 깨달은 뒤로 역사공부가 그저 지루한 암기 공부로 자리잡은 것이 싫어서 '역사교육'이라는 분야에 인생을 바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극간이 조금씩 커지는 걸 보면서도 꾹 참고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처참히 불합격 결과가 나왔을 때, 결과보다 그 후로 제 나이의 학생들부터 바뀐 고등학교 입시 정책에 아예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할 상황에 놓였을 때 정말 사회에서 처참히 버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여곡절 고등학교에 올라왔는데 점수 1점 하나에 계속 몰입하게 되고, 친구들을 괜히 견제하며 등수에 아주 민감해지는 제가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갑갑한 학교 면학실에서 책을 읽으며 발산적 사고를 할 때 진정으로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았고, 수시 입학 제도를 위해 나 자신을 화려하게 치장한다던가 정시 입학 제도를 위해 독서와 나의 산발적인 생각의 시간을 포기하기는 너무 싫을 뿐더러, 뭐랄까 '교육'으로 꿈을 펼치고 싶은 사람으로서 내가 '교육'앞에 당당해질 수 있는 것일까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학교'가 소위 명문대학교 진학 실적으로 결론이 나는 상황, 그리고 고등학생으로서의 나보다 수험생으로서의 나로 살아야 '고등학교 생활을 잘 했다'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 너무 싫어서, 자퇴까지 고민했지만 너무나도 좋은 선생님들과 친구들과의 인연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고등학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그저 지금 교육의 패배자라서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애초에 '교육'의 이름으로 왜 패배자를 양산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고등학생으로서의 배움'에 대한 내 생각은 공상적인 것일까, 고등학생으로서 직접 체감하는 현실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 교수님의 책이 하나의 위안이 되기도, 또 교육 철학에 대한 지식을 배워가는 지식의 장인 것 같기도 합니다.

교육의 효과라는 게 반드시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당장 보이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너무나도 공감되었고, "아이가 내적으로 성숙해지는 데 치중하다 보면 성적은 떨어질 것이라고, 정작 현실적 생존에서는 실패할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하죠? 해보지도 않은 걸요? 자유와 성숙을 체득하고 있는 우리 자식이 어떻게 자신의 앞길을 헤쳐 가는지 조금만 여유를 갖고 기다려주실 수는 없을까요? 너무나도 소중한 삶인데요!"라는 문장에 대한 저의 느낌은 정말 말로 표현이 안 됩니다. 아직 교육학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책에 나오는 루소, 듀이 같은 철학자들의 이름만 아는 얄팍한 지식을 지녔지만, 옛날에 '에밀'을 읽었을 때 가장 오래 걸리는 것 같은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내용과 '자율적 의사를 가진 민주 시민의 양성'이라는 오늘날 우리들이 이야기하는 공교육의 목표에 비추어 볼 때 개개인의 자아실현을 통한 민주주의 이룩이라는 개념이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의 폐해가 드러나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교육'의 이름으로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유진의 학교'를 읽는 시간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제가 진정으로 이해했다고 하기에는 저의 교육철학 지식이 너무나도 얄팍하지만, 동서양 교육이상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고 우리 교육에 대한 희망의 끈을 아직 놓을 때가 아니구나 싶기도 합니다.

한낱 고등학생인 저이지만, 그냥 어느 서구 세계의 옛날 철학자들이 아니라 지금 나와 같은 시대에서 같이 한반도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한국 교육의 지향점에 대한 교육 철학을 널리 알리는 누군가의 존재를 알게 되어서 기뻤고 앞으로 '유진의 학교'를 더욱 제대로 이해하며 지금의 저의 꿈인 <敎育 그리고 education 앞에 당당한 역사교육인>이라는 꿈을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서없는 이야기였지만, '유진의 학교'에 큰 영감을 받은 어느 청소년의 솔직한 감상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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