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강도 (2005/12/31)
 

© Suk Hoon Han                                                                                                                                      
 

라마나와 제자들이 깊이 잠들어 있는 방의 창문을 부수고 도둑들이 침입했다. 눈을 뜨고 그들이 도둑이라는 사실을 안 라마나는 원하는 것이 있으면 뭐든 다 가져가라고 말하고는 제자로 하여금 램프를 켜게 해서 도둑들이 쉽게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자 도둑들은 오히려 더 화를 내면서 숨겨둔 돈을 다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우리들은 탁발로 살아가는 수행자들이오. 그래서 돈은 없소. 여기서 바라는 것은 아무것이나 다 가져가도 좋소. 우리는 밖에 나가 있겠소."

그러면서 라마나는 제자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도둑들은 화를 내면서 몽둥이를 마구 휘둘러 제자들을 때렸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라마나의 허벅지 위에 떨어졌다.

옆에 있던 한 젊은 제자가 이 광경을 보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곁에 있던 쇠막대기를 들고 도둑들에게 덤비려고 하였다. 그러자 라마나는 얼른 그를 만류하였다.

"저들은 저들의 역할을 하도록 내버려 둬라. 우리는 수행자들이다.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만약 어떤 불상사가 생기면 세상은 우리들만을 나무랄 것이다. 이빨이 잘못 혀를 깨물었다고 해서 이빨을 뽑아 버릴 수는 없지 않겠느냐?"

그에게는 자신을 때린 그 도둑도 자신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며칠 뒤, 그 도둑들이 경찰에 잡히자 경찰은 그들을 모두 데리고 라마나에게 와서 때린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라마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전생에) 나에게 맞았던 사람을 찾아내면 됩니다. 나를 때린 사람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는 끝내 그 사람을 지목하지 않았다.

- 나는 누구인가, pp. 59-60


나는 마하리쉬의 이 같은 예외적인 행동이 성자의 그것임을 믿습니다. 따라서 이는 내가 본받아야 할 행동입니다. 그런데 나는 나의 딸에게, 나의 제자에게, 이와 같은 경우에 처했을 때 마하리쉬처럼 행동하라고 말해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가장 지혜로운 행동 방식이라고 믿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지헤로운 행동을 따라 하라고 말해줄 수가 없습니다. 나의 딜레마입니다. 내가 지혜로운 행동을 따르라고 말해줄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나 자신이 그렇게 행동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혜를 가르친다는 것, 지혜를 전한다는 것이 필수적으로 실천과의 정합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체로 평범한 선생들이 그 일을 감당할 수가 없는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의 일은 계속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실천력이 못 미침에도 계속 나아가다 보면 내상(內傷)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걸 각오해야 선생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