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 대한 의무와 수행 (2005/10/4)
 

© Suk Hoon Han                                                                                                                                                                              
 

"저는 언제나 신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신성한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까요?" 한 학생이 말했다.

"우선 가족을 갖고 나서 신을 찾으려는 젊은이는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승이 대답했다. "고대 인도에서는 어린이들이 암자에서 자기수행의 교육을 받았다. 오늘날의 세계에는 이런 훈련이 없다. 현대인은 자신의 감각, 충동, 기분, 욕망을 거의 통제하지 못한다. 그는 환경에 의해서 쉽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러운 사건의 흐름을 겪으면서 현대인은 가정의 파수꾼으로 변하고 과중한 세속의 의무를 떠맡게 된다. 그리하여 신께 바치는 기도 한 마디까지 언젠가 망각하게 된다."

-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좋은 생각, p. 85


가정을 꾸리고 사는 이라면 거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씀이 아닐까요? 저 또한 저 자신의 "감각, 충동, 기분, 욕망을 거의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결혼하고 애를 낳고 키웠던 것을 또렸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가정의 파수꾼"으로 변하여 "과중한 세속의 의무"를 떠맡았음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가정의 파수꾼 역할이 끝남과 동시에 삶의 의미가 끝나는 그런 인생을 자임한 것이었습니다. 결코 진정으로 궁극적으로 행복할 수 없는 그런 인생을 떠맡은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앞 뒤가 바뀌었습니다. 비록 항상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도, "신께 바치는 기도 한 마디"를 가정이나 세속의 의무와 같은 것들의 앞에 둡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가정과 세속의 의무에 대하여 내 능력 한도 내에서 더욱 충실할 수 있음을 느낍니다. 영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영성의 부분적인 가지들인 가정과 돈벌이, 사회 생활들에 쏟을 수 있는 나의 최적의 능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일종의 자기 능력의 최적화(optimization)라고나 할까요.

저에게 '현상'은 소중합니다. 그러나 가정과 같은 현상의 소중함을 더 잘 알 수 있고, 그에 대하여 보다 올바른 방식으로 헌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현상이 아니라 본질, 즉 영성에 대한 집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