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은
원주민 부족과 여행 중에 그 부족의 지도자가 필자에게 해주었다는 얘기입니다.
"이
우주 안의 모든 것은 저마다 존재 이유를 갖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변덕이나
부적합한 일, 우연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인간의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뿐이지요. 당신은 덤불 파리가 해롭고 나쁜 존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결과 당신한테는 그것들이 해롭고 나쁜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당신의 이해와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파리는
실제로는 꼭 필요하고 이로운 생물입니다. 파리는 우리의 귓속으로 기어들어가,
우리가 밤에 잠자는 동안 귓속에 들어간 모래와 귀지를 없애 줍니다.
우리 청각이 완벽한 걸 아시지요? 그래서 그렇습니다. 파리는 우리 코
속으로 들어가 콧구멍도 깨긋이 청소해 줍니다 .... 앞으로는 날씨가
훨씬 무더울 텐데, 코 안이 청결하지 않으면 심한 고통을 받게 됩니다.
무더위 속에서는 숨을 쉴 때 입을 벌리면 안 됩니다. 수분이 빠져 달아나고
몸 속이 열기로 가득차기 때문입니다 .... 파리들은 우리 몸에 달라붙어
구석구석을 기어다니면서 우리 몸에서 나오는 노폐물을 없애 줍니다
....
불유쾌하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모조리
없애버린다면, 인간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파리가 오면 우리는 몸을
내맡깁니다. 당신도 이제는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겠지요?"
....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어떤 것의 진정한 존재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무조건 나쁘다거나 힘들다고 평가한 적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 것이 파리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 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pp. 99-100.
독특한
성찰을 담은 글입니다. 그런데, 우리
곁의 파리도 과연 사막의 파리와 같은 유용한 기능을 해주고 있을까요?
모기는? 글세요, 통 모르겠습니다.
하루는 첫째 딸이 이런 존재론적인
질문을 저에게 했습니다. "아빠, 파리는 왜 있어?" .....
이건, "나는 왜 있어?" 하고 같은 차원의 질문이 아닐까요?
난감했습니다. 허나, 우주의 모든 것은 신의 피조물이므로 나름의 존재이유를
갖고 있으리라는 믿음, 즉, 우주에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은 없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뭐라고든 대답을 해줘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알고
있는 알량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렇게 대답해줬죠. "세균들이
이사갈 때 태워주려고 파리가 있는 거야." 가히 인류중심 사고라는
패러다임을 깨고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웅대한 스케일의 시각을 제공해준
명답이라 하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대견해
하고 있었습니다만,
딸은 영 수긍하지 않는 표정이었습니다. 왜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세균을 도와주기 위해 존재하느냐 이거죠. 그러니까 어떤 생물 또는
물질의 존재이유는 인간을 이롭게 하는 데에 있어야만 한다는 전제를
제 딸도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윗글에 깔린 전제와 마찬가지로.
하지만
알 게 뭐야? 우주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지, 아닌지... 태양계는 태양을
위해 존재하는지, 지구는 지구의 신 가이아를 위해 존재하는지... 미국
코미디언 조지 칼린스 말마따나, 인간의 존재 이유는 가이아에게 비닐
쓰레기 봉투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었는지 알 게 뭐야? 파리나 모기도
가이아가 인간을 비롯한 생물체들의 개체수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사육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아님, 생태계 전체라는 것이 곤충들
또는 박테리아를 위해 만들어졌는지도... 도가 통해서 파리의 영에게
물어보기 전엔 어떻게 알 도리가 있으려나...
세익스피어 말
대로 세상 천지 간에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주에 대하여 겸허해져야겠지요. 살충제 함부로 남용하지 말구요.
혹시
파리의 존재이유를 아시는 분은 좀 가르쳐 주세요. 전 대학 때 생물학에서
D를 받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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