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환자 중에 직업이 변호사인 가톨릭 신자가 있었다. 이 사람은 최면 상태에서
중세 말기에 유럽에서 살았던 생애를 기억해냈다. 그는 그 생애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고, 탐욕과 폭력과 기만으로 점철된 생애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런 경향들이 일정 부분 현재 자신의 삶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진찰실의 부드러운 가죽의자에 비스듬히
누운 채 그 중세의 생애를 살았던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와 알 수 없는
공간을 떠다니고 있는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어스 순간
갑자기 자신이 불과 악마들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었다. 교회에서
듣던 지옥과 같은 곳이었다. 나는 놀랐다. 그동안 사람들이 전생의 죽음을
떠올리는 장면을 수천 번도 넘게 목격했지만, 지옥을 경험했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황홀하고 아름다운 빛에
이끌려갔다. 그것은 영혼을 정화하고 재충전해주는 빛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지옥이라니?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렸지만,
그는 불과 악마들말고는 주변에 아무도 없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기다리고 있었다. 몇 분이 흘렀다. 마침내 한
영적인 존재가 나타나 그를 향해 걸어왔다. (나중에 그는 그 존재가
예수였다고 했다.) 그 영혼은 그가 그곳에서 만난 최초의 존재였다.
"그대는
이것이 모두 환영幻影임을 깨닫지 못하는가?" 예수가 말했다.
"실재하는
것은 사랑뿐이다!"
예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불과 악마들이
사라지면서 아름다운 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빛은 처음부터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불과 악마의 환영에 가려 그의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우리는 자신이 기대하는 것을 얻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실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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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pp. 84-85.
윗글은 최근들어 로마교황청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옥의 개념과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애시당초 지옥이라는
것의 실체를 믿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기독교(구교, 신교)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분명히 지옥의 실체성을 강조해왔습니다 - 개신교의 몇몇
종파에서는 아직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요즘 들어서야 구교에서부터
시작하여, 지옥이란 그저 빛에 등을 돌린 마음의 상태임을 천명하기
시작했지요. 이런 공식적인 발표를 하기까지 그 조직적 성향이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로마교황청에서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내부적으로 고민했을까요?
수십년, 아니, 심지어는 백년도 넘게?
제가 개인적인 신앙의
길을 가는 많은 이유 중에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조직의 결정사항을
통고받기 위하여 수십 년을 기다릴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내 힘으로 깨닫고 알고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어짜피
없는 지옥을 있는 것으로 믿고 살았던 과거의 가톨릭 신자들의
수십 년의 오도된 신앙의 전철을 결코 밟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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