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나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알라 (2005/11/22)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안다는 것은] 모든 신념이나 이상화된 것으로부터 떠나서 자유로운 것입니다. 왜냐하면 신념이나 이상은 <색안경>에 불과하며 바른 지각(知覺)을 왜곡시켜 버리기 때문입니다. 만일 당신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알려면 실제의 당신과 틀리는 다른 것을 상상한다든가, 그런 것을 믿어서는 안됩니다. 만일 내가 탐욕스럽고 질투심이 강하고 난폭한 인간일 경우, 비폭력이나 무탐욕이라는 이상적 생각을 갖는 것만으로는 거의 가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탐욕하다든가 난폭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민한 지각력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자기에 대하여 정직해야 하며, 명석하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의 것을 고려하지 않고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도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발견하고 그로부터 직접 행동하는 것을 방해하게 됩니다.

만일 당신이 밉거나, 예쁘거나, 또는 심술쟁이로서 죄를 지은 인간일지라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덕(德)> - 진가(眞價) - 의 시작인 것입니다. 이 <덕>이야말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덕>에 의하여 우리에게 자유가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진리를 찾아내고 참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이 <덕>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으로 '덕을 쌓는다'는 뜻과 같은 <쌓아올린> 덕이 아닙니다. 그와 같은 덕은 존경은 받을 수 있어도, 거기에서 이해나 자유는 결코 생기지 않습니다. <덕>을 갖는 것과 <덕>을 쌓으려고 하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덕>은 있는 그대로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지만, <덕>을 쌓으려고 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는 일을 앞으로 연장하는 것이며, 있는 그대로의 것을 이렇게 되었으면 싶다는 생각에 의해서 호도(糊塗)시키고 있을 뿐인 것입니다. 따라서 덕을 쌓으려고 하면서 실제로는 있는 그대로의 것으로부터 직접적인 행동을 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 <덕>이란 자기 자신과 다른 것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덕>은 있는 그대로의 것을 이해하는 것이며, 그와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입니다 .... 그러면 이런 덕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부덕(不德)한 인간은 과연 <덕>을 알 수 있을까요. 부덕한 사람은 자유로와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참된 실재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참된 실재라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것을 이해했을 때에만 발견되는 것입니다. 또한 있는 그대로의 것을 이해하려면 있는 그대로의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 자기로부터의 혁명, pp. 48-50.

얼마 전 한국 교육의 역사에 대한 강의 시간에 일본이 끼친 영향에 대해 말하면서, 저 자신의 대일본관(對日本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체험을 학생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박사 논문을 위하여 한국과 일본의 교육 체제를 비교하겠다는 말씀을 지도 교수(미국)께 드렸을 때, 교수님께서는 '일본이 너희 나라보다 훨씬 큰 나라이니 비교 분석에 유의할 점들이 좀 있겠다'는 말씀을 제게 하셨습니다. 저는 교수님 연구실을 나오고 나서도 그 말씀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다니, 그게 뭔 말인가? 헌데 잠시 이성적으로 따져보고 나니, 정말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나라였습니다: 영토와 인구, 두 가지 다 우리나라에 비해 두배가 되므로. 양국의 인구와 면적에 대한 뻔한 자료를 내 눈 앞에 놓아두고 있으면서도 이 단순한 사실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나라를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씀처럼, "있는 그대로의 것에 대한 두려움"에 부지불식간에 사로잡혀 있었는가 봅니다.

이처럼, 내가 나 자신을 보는 눈이라는 것도 있는 그대로의 나의 실상을 보지 못하고 있으리라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성의 힘으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철저히 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덕이라는 말입니다. 그러한 덕이 없이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줄 수가 없고, 그러면 타인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선한 나의 본성을 본다는 것이 영적인 성장에 있어서 지극히 중요한 일이지만, 그 이전에 이성을 온전히 활용하여 나의 있는 그대로를 정확히 보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믿습니다.

'자기로부터의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