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심판하지 말라 (2002/10/5)

[신께서 말씀하시기를] "신의 세계에는 "해야 한다"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없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하라. 너를 반영하는 것, 너 자신의 위대한 변형으로서 너를 재표출해주는 일을 하라. 유감스럽게 느끼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심판하지도 비난하지도 마라. 왜냐하면 너희는 그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도, 어떤 식으로 끝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점을 명심하라. 너희가 비난하는 것이 언제고 너희를 비난할 것이며, 너희가 심판하는 것이 언제고 너희를 심판하리란 것을. 차라리 네 가장 고귀한 '자신'을 더 이상 반영하지 않는 것들을 바꾸러 노력하거나, 그런 것들을 바꾸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도록 하라. 그럼에도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것들을 축복하라. 그 모든 것이 다 신의 창조이고,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창조이기에 .... 너야말로 '자신이 참으로 누구이고 무엇인지'와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고자 하는지'를 판단해온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야말로 자신이 얼마나 잘 해 가는지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너희 이외에 어느 누구도 너희를 심판하지 않을 것이다."

- 신과 나눈 이야기 1, pp. 68, 69, 73

판단과 심판의 문제는 제가 신앙수행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인 약 삼년 전에 저를 꽉 붙잡고는 좀체로 놓아 주지 않던 화두였습니다. 이 사이트의 '수행일상' 섹션의 앞 부분에도 그때 씨름한 흔적을 적어둔 것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신께서는 이 시기에 저에게, 타인을 심판하고 또, 저 자신이 타인에 의하여 심판받는 '실습'의 기회를 아주 많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이 시기에 저는 타인들을 판단하고 심판해보았고, 결국 저 자신의 심판 기능을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법관은 도저히 될 수 없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또한 이 시기에 저는 저 자신이 타인에 의해 평가받고 판단되어지고 심판을 받는 과정을 참으로 신기하게도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졌습니다. 그건 정말 스트레스 받는 경험들이었지요.

결국 저의 심판 기능을 스스로 폐기처분했을 때 제가 얻은 것은 자유였습니다. 신께서 제 어깨의 무거운 짐을 내려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때 이후에도 타인을 심판하지 않는 것이 완전히 가능하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차츰 차츰 심판하지 않을 수 있게 되어가고 있음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타인들이 저를 심판하는 것으로부터도 똑같은 정도로 자유로워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인간의 심판 기능 자체를 부정하게 되었으니 남도 심판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남의 심판도 무의미함을 깨달아야 할텐데, 여전히 저는 후자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유는 물론 '자아' 때문이지요. 나의 본질이 아닌 의식 표피층에 살고 있는 자아. 나 자신을 자꾸 타인의 눈에 비추어 멋지게 아름답게 고귀하게 보이도록 만들고만 싶은 집요한 자아, 가짜 나.

그래서 오늘도 신께서 들려주시는 위에 적은 굵은체 글귀를 읽으며 마음을 새로이 다져봅니다.

'신과 나눈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