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대로 있기 (2003/12/29)
 

나는 호흡법이나 자파Japa [화두 비슷한 것]의 수행을 하지 않았으며 아는 만트라mantra 도 전혀 없었다. 또 명상이나 관조觀照에 대해서도 몰랐다. 나중에 그런 것들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에도 전혀 그것들에 끌리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다 .... 우리가 명상이나 집중, 관조를 하면서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있는 일이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의 본연적 상태로 있을 수 있다 .... 사람들은 매우 열심히 수행을 함으로써 어느날엔가 진아가 그들 머리 위에서 거대하고 크나큰 영광으로 내려와서 소위 깨달음을 얻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진아는 매우 직접적임에도 그것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어떠한 행위를 함으로써가 아니라 자신의 있는 상태 그대로 그냥 머무름으로써 진아가 드러나는 것이다.

- 나는 누구인가, pp. 36-37


깨달음이라는 것이 억지로 용을 써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저같은 초보 수행자도 압니다. 그래서 용을 쓰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냥 그대로 있으라니요... 도저히 느린 머리로 따라갈 수가 없는 얘기지만, 이 역시 숱한 구루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기에 믿고 따라가 봅니다.

한참을 있다보니, 그냥 그대로 있으려고 용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합니다. 그냥 그대로 있기도 참 어렵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