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저녁 때는 우리가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수프 그릇을 손에 든 채 바라크의 흙바닥에 시체처럼
축 늘어져 있는데, 한 동료가 허겁지겁 뛰어들어오더니 빨리 운동장으로
나와 저것 좀 보라고 재촉했다. 아무리 몸이 피곤하고 바깥 날씨가 춥다
해도 저 황홀한 저녁 노을을 혼자서만 볼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보니 서녘 하늘의 작렬하는 구름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지평선은 파르스름한 광채부터 핏빛으로 타오르는 붉은 색에
이르기까지 지상을 초월한 듯 기기묘묘한 색깔과 형상을 자랑하는 구름으로
온통 덮여 있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수용소 흙집과 질펀한 연병장의
우중충한 잿빛이 하늘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연병장 곳곳에
파인 웅덩이에는 이글거리는 하늘이 비쳐졌다.
몇 분 동안 침묵이
흐르다가 누군가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밀어를
나눈다. 아니면 오늘도 예외 없이, 하늘을 원망하고 하늘에 읍소한다.
오늘도 예외 없이, 이런 고통과 희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서서히 찾아드는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간절하게 해답을 찾는다.
곧 닥쳐올
죽음에 대한 절망감에 지지 않으려고 마음을 굳게 다잡았을 때, 나는
나의 정신이 주위를 뒤덮고 있는 음울한 잿빛을 뚫고 나감을 느꼈다.
나는 나의 정신이 이 절망적이고 무의미한 세상을 초월하는 것을 느꼈다.
또한 궁극적인 목적이 존재하는지를 묻는 나의 질문에 어디에선가 '그렇다!'고
명쾌하게 답하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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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찾아서, pp. 76-77
윗글을
읽으니 언젠가 인용했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이태리 영화와 김기덕
감독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인생이 꼭 행복해야할 필요가 있는가.
인간의 삶은 아름다운 것이다.'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모르는 지옥과
같은 상황에서도 신께서 선사하신 세상의 아름다움을 인간이 느낄
수 있다는 증언이 참으로 감동스럽습니다. 나도 내 연구실의 창이 서쪽으로
나 있음을 감사하고, 오늘도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신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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