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함을 위한 순교 (2002/8/3)
 



                                                                              

 

[다음은 예수회 신부가 일본의 가난하기 짝이 없는 어촌에서 처음으로 선교활동에 나섰을 때의 광경입니다.]

"이것이 우리들이 일본에 온 후 처음으로 행한 세례성사였지만 물론 촛불도 없고 음악도 없는 이 오두막에서는 성수를 담은 조그마한 이 빠진 종지만이 예식의 도구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그 비참한 오두막에서 젖먹이가 울고, 마쓰가 그 아기를 달래고, 한 사나이가 밖에서 망을 보고, 가르페가 엄숙한 목소리로 외는 세례의 기도를 들었을 때만큼 나에게 기쁨을 준 적은 없습니다. 그것은 이국에 온 선교사들만이 맛볼 수 있는 행복일 것입니다. 세례의 물로 이마를 적신 아기는 얼굴을 찡그리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머리가 작고, 눈이 가늘고, 머지 않아 모키치나 이치소오와 마찬가지로 농민이 될 얼굴. 이 아이도 그의 부모나 조부모처럼 이 어두운 바닷가의 가난하고 협착한 토지에서 소처럼 일하고 소처럼 죽어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아름다운 것과 선한 것을 위해서 죽은 것은 아닙니다. 아름다운 것과 선한 것을 위해 죽기는 쉽지만, 비참한 것과 부패한 것을 위해서 죽기는 어렵다는 말씀의 의미를 나는 그때 확실히 알았습니다."

- 침묵, p. 48



심하게 가슴 깊숙한 곳을 찌르는 듯한 글입니다. 이 세상에 비참함은 너무도 많고, 나는 그것에 대해서 그다지 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런 무력감 앞에서는 신께 의존하고 싶은 마음 만이 간절해집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그리고 응답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인내와 성실이랍니다.
(이게 진짜 응답일지 아니면 가짜일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세월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오래 흐르면 진짜와 가짜가 드러나기 마련이거든요.)

 

 

 

'침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