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2003/3/29)
 

[저자 다카시씨가 우주비행사의 신비체험에 관하여 신비주의의 전통을 빌어 설명합니다.]

실은 그 같은 체험은 종교사에서 그다지 희귀한 일이 아니다. 신, 혹은 신적·영적 존재와의 직접적 합일 혹은 교감을 체험했다는 보고는 무수히 존재한다. 기독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에 다 있다. 그것을 일반적으로 신비 체험이라 부르고, 신비 체험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신비주의자라 부른다. 종교와 철학의 세계에서 신비주의는 고대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서구에서는 신플라톤주의와 원시 기독교 이래 철학·신학에서 아주 강력한 신비주의의 조류가 계보로서 존재한다. 그것의 가장 큰 특징은 반(反)이성, 초(超)이성의 입장에 있다. 이성적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해석할 수 없는 신비 체험이 원체험으로 존재하고, 그것을 우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에 신비주의는 처음부터 이성을 넘어서 있다.

그러면 그 신비 체험이란 무엇인가. 신비주의의 고전적 분석으로 유명한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한길사, 2000)에서는 "신비적 체험의 가장 단순한 단계는 어떤 격언이나 글이 가진 깊은 의미가 한 순간 더욱 깊은 의미를 띠고 갑자기 확 떠오르는 경우가 보통이다"라고 하며, 유명한 마틴 루터의 계시 체험을 예로 들고 있다. 루터는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의 수도승이었는데, 수도원의 탑에 있는 서재 안에서 시편을 펴 놓고 공부하고 있을 때, 바깥에서 동료 수도승이 "저는 죄의 사함을 믿습니다"라고 사도신경을 읊는 것을 들었다. 그것은 자신도 지금까지 몇 만 번이나 읊었던 구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나는 성서가 완전히 새로운 빛에 비추어진 것을 보았다. 그리고 문득 자신이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낙원의 문이 활짝 열려진 것을 본 것 같았다"고 한다.

어떤 일상적인 계기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깊은 통찰을 한 순간에 열어 젖혀, 세상이 그때까지와는 달리 보이는 체험은 종교인이 아니라도 정도의 차는 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경험한 일일 것이다. 신비주의에서는 어디까지나 그것이 최초의 단계이고, 보다 고차원적인 체험에서는 신의 목소리를 직접 듣거나, 여러 가지 환각을 보거나, 도취·황홀 상태에 빠지거나 신과 합일되는(자신과 신이 일체화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런 체험에 대해서 수많은 신비주의자가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것을 읽어 봐도(실은 나도 한때 그런 문헌에 빠져 열심히 읽었던 적이 있다) 그 체험은 읽는 독자에 있어서는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다.

윌리엄 제임스는 신비 체험에는 공통적 특징이 있다고 하며, 첫 번째로 표현 불가능성, 전달 불가능성을 들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연애 심리를 천만 단어를 쓴다 해도 설명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든 또 하나의 공통적인 특징은 그것이 일상적인 지성, 이성으로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진리의 깊이를 통찰한 상태라는 사실이다.

- 우주로부터의 귀환, pp. 131-132


이 책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씨는 일본에서 거의 제일 많이 책을 읽은 사람으로 의심받는 지독하게 유식한 저널리스트라고 합니다. 그가 신비주의에 관해서 요약해놓은 것을 이곳에 옮겨보았습니다. 저는 신비주의가 결여된 신앙은 단팥이 빠진 찐빵같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동시에, 신비와 광신 사이의 미묘한 경계선을 매우 중시합니다. 대체로 신비는 지극히 개인적인 반면, 광신은 매우 집단적인 경우가 많음을 관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