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심판할 수 있을까? (2002/4/20)
 



                                              
 

[신께서 말씀하시기를] "하나 하나의 영혼은 모두 선각자들이다. 자신의 기원과 자신의 유산을 기억하지 못하는 영혼들도 있긴 하지만, 개개의 영혼은 지금이라는 순간마다 자신의 더없이 고귀한 목적에 맞고, 가장 빨리 자신을 기억해내는 데 적합한 상황과 조건을 창조한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걷는 업보의 길을 판단하려 들지 마라. 너희는 영혼의 계산서 속에서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지 알지 못하니, 남들의 성공을 질투하지도 말고, 남들의 실패를 동정하지도 마라. 어떤 것을 재난이라 부르지도 말며, 기쁜 일이라고 하지도 마라. 그것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판단하거나 목격할 때까지는. 한 죽음이 수천의 생명을 살릴 때 그 죽음이 과연 재난인가? 한 삶이 비탄만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이 과연 기쁜 일인가? 그러나 너희는 이런 판단조차 내리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남에게 충고하지 말며,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충고하게끔 내버려둬라. 이것은 남들이 도움을 청할 때 무시하라거나, 너희 영혼이 어떤 환경이나 조건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걸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것은 너희가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하는 동안, 꼬리표 붙이기나 판단 내리기를 피하라는 뜻이다. 각각의 상황은 모두 하나의 축복이며, 체험 하나 하나 마다에는 진짜 진정한 보물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 신과 나눈 이야기 1, p. 60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심판은 인간의 몫이 아닙니다. 애시당초 심판이라는 기능을 하도록 우리가 생겨먹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모든 심판은 경솔합니다.

언젠가 나른한 초저녁, 안양 쪽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전철 1호선을 타고 가던 중이었습니다. 나는 고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으며 가고 있었고, 나의 맞은 편에는 그다지 세련되지 못한 차림새의 중년 남녀가 서있었는데, 그들을 힐끗 본 나는 순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인상이 나쁜 사람들이다. 눈빛이 저렇게도 야비하고 비열할 수가 있을까, 아마 사기꾼이나 포주일지 몰라...' 그들은 겉모습 만큼이나 기분나쁜 음성으로 쑥덕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찬송가 노랫소리가 들리며 그렇지 않아도 IMF사태 이후 불황으로 가뜩이나 빈곤의 티가 줄줄 흐르는 1호선 열차 안의 분위기를 더욱 빈곤하게 만들어주는 앞못보는 걸인이 들어섰습니다. 나는 그에게 적선을 할까말까 망설였습니다. 왜냐하면 난 전철을 내려서 버스를 타야했고, 그러려면 동전이 필요했으므로, 내 호주머니 안의 동전을 주면 곤란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내가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 동안 어느덧 걸인은 내 앞을 지나치려 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내 맞은 편에 서 있던 그 인상 나쁜 아줌마가 걸인의 손에 지폐를 쥐어주는 것이 아니겠어요! 걸인은 감사를 표시하며 내 앞을 지나쳤습니다.

그때 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고귀한 내용이 담긴 책을 읽고 있던 나는 머뭇거리다가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는 동안, 그 인상 나쁜 아줌마는 주저없이 큰 액수의 돈을 건네주었던 것입니다. 타인을 평가하는 나의 안목, 나의 심판은 얼마나 경솔했던지... 자신의 작은 이익에 매달려 남을 도울 것을 주저하고, 괜한 타인들을 내 시각으로 점수 매기고 내멋대로 판정하여 쓸데없는 경멸이나 일삼고 있던 내가 바로 그 순간에 가장 야비한 인간이었음을 부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타인에 대한 심판은 경솔합니다.

오직 감사하며, 축복하고, 받아들이는 것만이 우리의 최선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신과 나눈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