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
횡단을 시작한지 몇 주일이 지난 뒤에 필자에게 일어난 변화를 말하고
있습니다.
거울이
없는 것이 내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마치 밖을 내다보는
두 눈만 생생하게 살아 있는 기분이었다. 언제나 밖을 내다보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이 내가 한 말과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관찰했다.
생애 최초로 내 삶이 완벽하게 정직해진 것을 느꼈다.
나는 업계에서 나 같은 여자라면 당연히 입어야 할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화장도 하지 않았다. 콧등은 지금까지 열두 번도 더 껍질이 벗겨졌다.
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위장하거나 가식을 부릴 필요도 없었고 또 그럴
만한 에고도 사라졌다. 이 부족 사람들 속에는 남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거나
다른 누군가를 이기려고 애쓰는 사람도 없었다.
나를 깜짝 놀라
현실로 되돌아오게 만들 거울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아름답지 않을 텐데도 나는 자신을 아름답다고
느꼈다. 부족 사람들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다. 그들 덕분에
나는 내가 그들과 하나이며, 동시에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이고 훌륭한
인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자신이 타인에게 아무 편견없이 받아들여지는
기분이 어떤 것인가를 경험할 수 있었다.
나는 모래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어린 시절에 읽은 '백설공주'의 한 구절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 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p. 101.
거울
없이 생활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일상에서 한 사람의 거울
의존도와 그의 에고의 크기는 정비례하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그리고
거울 의존도는 확실히 도회지에서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소시적에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야영하며 등산하는 것을 즐겼는데,
그럴 때에는 길게는 한 일주일씩 거울을 한 번도 못보고 다녔던 것이
기억납니다. 허나 인적 드문 산속에서는 거울 없음이 그다지 불편하다고
여겨지지 않았었지요. 거울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것은 꼭 산을
떠나서 속세로 돌아오는 그 시점이었던 것도 기억납니다. 설악산을 다
내려와서는 휴게실의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꼭 머리를 정돈하곤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도회지에서 우리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그래서 이런 에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일부러 튀는 차림새를 하고 다니는 이들을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 튀기 위해서, 남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튀는
차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쏠리는 남들의 시선을 무시할 수
있기 위해 그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도 머리 길러서
묶고 다녀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타인들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배 안나오게 열심히 운동하는 속물이기에, 한
번 용기를 내어 나 자신의 에고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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