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함 (2006/10/21)
©
Suk Hoon Han
우리는
삶을 "안다고" 착각함으로 인해 - 다시 말해 우리의 이해의
범주로 삶을 환원시키고, 생명을 예측하거나 기계적으로 다루는 것이
가능하기라도 한 듯이 행동함으로써 - 삶을 포기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한 위험성은 파악하기가 좀 어려울 수 있다. 환원주의적 과학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세계와 그 안에 있는 피조물들을, 그리고 피조물의
모든 부분을 기계로 보는 데 있다. 이것은 피조물과 공업생산품 사이에,
탄생과 제조 사이에, 생각과 전산화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
"살아 있는 유기체를 생화학적 체계로 취급할
때마다 그것들은 생화학적 체계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원리를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이 말의 진리에 대해 뭐라고
토를 달 생각이 없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점은 살아 있는 유기체를
기계로 취급할 때마다 그것은 기계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명제는 뒤집어서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
살아 있는 유기체를 기계로 인식할 때마다 그것은 기계로 취급당할 수밖에
없다. 환원주의가 판치고 재난으로 가득 찬 이 시대에 대해 일찍이 윌리엄
블레이크도 똑같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신이 보는 대로 세상은
당신에게 현실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당신에게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다 ....
세계와 인간을 포함한 그 안의 피조물에 대해
말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전문가적인 허장성세와 함께)
분석력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분석되는 대상 자체를
지칭하거나 그에 대한 존중과 배려, 애정, 헌신 같은 것을 표현하는
데는 무능하다 ....
피조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존경'에서
'인식'으로 바뀐 것도, 자연에 대한 우리의 관계가 청지기에서 절대적
소유자, 관리자, 기술자로 바뀐 것도 도덕적 환원주의의 위험성을 내포한다.
그리고 우리가 "거룩함(holy)"을 "전체성(holistic)"으로
바꾼 것도 마찬가지로 위험성을 지닌다 ....
삶을 경험한다는
것은 뭔가를 "알아내거나"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고통받는 것이며, 동시에 있는 그대로 삶을 기뻐하는 것이다. 고통받으면서,
또 있는 그대로 기뻐하면서 우리는 삶을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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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기적이다, pp. 14-19
학문에 있어서건, 종교에 있어서건
간에, 사람들은 무언가를 조금씩 알게 될수록 조금씩 더 오만해집니다.
세상에 대해, 우주에 대해, '신의 뜻'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으로 착각하면서.
그러한 가짜 지식이 세상에 주는 파괴적 폐해는 엄청납니다 - 나의 '앎'으로
타인들을 함부로 규정함으로 인하여. 윗글은 마치 서양문명사를 매우
간략하게, 그러나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들립니다. 이 늙은
농부가 그리하고 있는 이유는 삶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얼마나 불충분한가를
깨달은 후에 얻게 된 그의 진정한 겸허 속에 자리잡고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