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2008/7/21)
 

 © Suk Hoon Han                                                                                                                                       
 
 

나는 걷지도 못하는  갓난아기 때부터 아버지에게 업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해마다 몇 차례씩 지리산에 올랐다. 살아오면서 힘겨웠던 시절에나 중요한 결심을 해야만 했던 때면 어김없이 지리산을 찾았다. 80년 광주의 후유증으로 힘들었을 때도, 아버지가 어이없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을 때도 지리산을 찾았다. 나와 우리 가족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뭇사람들의 오해와 곡해, 비난으로 상처 받았을 때도 지리산에 올라가 속 좁은 내 마음을 치유했다. 그러고 보면 내게 지리산은 '기도의 산'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기도하기 위해 산을 오르듯이 나 역시 지리산을 올랐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산마루에 올라서서 산 아래를 바라보면 어떤 큰 문제든지 내가 품을 수 있을 만큼 작아졌다.

-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 pp. 6-7


이런 단순한 말씀이 좋습니다. 세상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힘들고 괴로운 일이 일어나는 법, 그러면 그걸 잘 받아들여서 버티고, 견디고, 그래서 극복해가며 살아갈 도리밖에 없는 일일진대, 그런 극복에 도움을 주는 큰 산을 마음에 지니고 살면 좋다는 것은 참으로 실용적이고 유익한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지리산을 알지 못하여 아쉽습니다만, 저에게는 설악산이 있습니다.

'내 고향은 전라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