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어린이들 (2008/7/29)
 

 © Suk Hoon Han                                                                                                                                     
 
 

[필자가 1997년 1월에 북한동포 구호사업차 압록강을 건너 북한으로 들어가던 순간에 대한 회고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거센 압록강 둑길에 너댓 명의 어린이들이 드럼통에 불을 지펴놓고 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은 달리는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이들의 얼굴은 시커멓지만 웃음은 해맑았다.

그 아이들의 하얀 웃음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순천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는 순수하고 행복했던 그 시절, 따스하고 포근한 순천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추운 겨울날 친구들과 깡통불을 돌리고, 쥐불놀이를 하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바로 창밖에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 힘차게 뛰어놀아라. 부디 아무런 근심없이 너희들의 유년 시절을 맘껏 즐기려무나!'

-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 pp. 17-19


이 책에 실린 북한 어린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담은 사진을 보고 저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남측의 무신경과는 무관하게, 북한이라는 곳의 수많은 아이들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저토록 인민의 생명과 삶을 경시하는 반인류적 독재정권이 아니었던들, 제가 이만큼 남북통일을 염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인요한 선생과 비슷한 연배여서 그런지, 저 역시 이분과 비슷한 감흥을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느낍니다.

헌데, 실은 남쪽의 우리 아이들 역시 "아무런 근심없이" "유년 시절을 맘껏 즐기"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학원과 과외에 시달리느라.

'내 고향은 전라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