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자주성? (2008/11/11)
 



 © Suk Hoon Han                                                                                                                                        
 
 

목수의 아들, 예수가 복음을 전하고 세상의 구원자가 된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보는 것은 큰 오해다. 그는 그 시대에 보편적이며, 비록 무의식적인 기대이기는 하나 그 기대를 그토록 완전히 표현하고 묘사할 수 있을 만큼 비범하고 재능있는 인격의 소유자였음에 틀림없다. 그 이외의 아무도 그와 같은 메시지의 소유자가 될 수 없었다. 그것은 오직 예수에게만 가능했던 것이다.

이 시대에, 신성한 케사르에 의해 주체적으로 표현된 로마제국의 압도적 권력은 수없이 많은 개인들뿐 아니라 실로 모든 민족들의 문화적 자주성과 영적 자율성을 박탈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오늘날의 개인이나 문화공동체도 비슷한 위협, 즉 집단 속에 삼켜질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많은 곳에서 그리스도의 재현에 대한 희망이 물결치게 되었고 환상을 보았다는 소문까지 일어났는데 그것은 바로 구원에의 기대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취한 형태는 과거와 비교할 만한 것은 찾을 수 없고 전형적인 기술문명시대의 의견, 즉 전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UFO(미확인 비행체)의 현상이다.


- C.G.Jung의 回想, 꿈 그리고 思想, pp. 240-241


조금 내용이 어려운 것도 같지만 그 요점은, 글로벌리제이션이나 팍스 아메리카나 등의 '압도적 권력' 탓에 세계의 수많은 민족들이 자신만의 영적 자율성을 상실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융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각 민족이 자신만의 고유한 "문화적 자주성"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융이 말하는 "문화적 자주성과 영적 자율성"이란 국수주의와는 다르다고 봅니다. 전자는 우리가 신화를 통해서 선조들의 세계와 연결됨으로써 자연과의 합일 및 영적 성숙을 지향하는 존재론적 차원에 속해 있음에 비해, 후자는 옛 것 그 자체를 보존함으로써 전통을 둘러싸고 있는 이권을 유지하려는 이기주의의 수준에 잠겨있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융의 입장은 예컨대 한국이 기독교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를 한국 고유의 문화와 영성을 무시하고 말살시키면서 받아들이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아마도 융은 한국의 전통적 유교 제례를 '귀신 숭배'라고 배척하는 개신교 측 입장에 반대하고, 유교 제례와의 '타협안'을 제시하는 천주교 측 입장을 옹호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같은 입장이 더 옳거나 적절하다는 주장을 하고자 함은 아닙니다만, 융의 사고는 저에게 문화적 전통과 융합에 관한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그의 눈에는 기독교나, 이를테면 아시아 한 구석의 부족의 자연숭배 제의나, 둘 다 신 앞에서의 존재론적 유용성을 구한다는 그 본질적 추구에 있어서 별 차이가 없는 셈입니다. 다음의 글은 그 같은 유용성을 상실한 합리적인 현대인의 어두운 면을 해부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아직 신화를 통해서 조상의 세계와 연결되어, 그로써 단지 밖에서 본 자연이 아닌 체험된 자연과 결합되어 있던 그런 시대, 그런 환경에서 그들이 살았더라면 자신과의 불일치는 일어나지 않은 채 있었을 것이다. 이들[현대의 노이로제 환자들]은 신화의 상실을 참지 못하고 그저 외적이기만한 세게, 즉 자연과학의 세계像으로 향한 길을 찾을 수도 없고 지혜와는 털끝만큼도 관계없는 언어의 지적인 환상적 유희에 만족할 수도 없는 인간인 것이다.

- 같은 책, p. 167


이 견해는, 이 싸이트에 올려져 있는 웬델 베리안도현의 견해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존 레논의 노래 'Imagine'의 가사에 등장하는 다음 구절을 재음미하게 되곤 합니다: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나를 몽상가라 부를지도 모르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하나뿐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레논 노래의 바로 다음 구절은 오히려 복음화 제국주의적 성향도 품고 있는 듯 하군요. ^^ 또한 그의 인도 구루들과의 교류를 생각해볼 때 그 성향 속에 일말의 영적 우월의식이 담겨 있는 것도 같구요.

I  hope  someday  you'd  join  us.
[언젠가는 댁도 우리들 무리에 끼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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