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과 종교 (2010/1/14)
 

  © Suk Hoon Han                                                                                                                                       
 
 

융은 당시[1937년] 성서연구에는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경험에서 볼 때 대학의 연구는 진정한 종교감정이나 직관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 권장해야 할 종교적 경험을 오히려 앞질러서 가로막는 것이었다. "과학적 비판은 성서가 하느님께로부터 연유한 것이라는 신앙을 높이는 데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소위 과학적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고 많은 지식인이 교회를 떠나거나 또는 교회에 전혀 무관심한 것도 사실이다. 그 사람들이 모두 둔한 합리주의자이거나 신경증적인 지식인이라면 그 손실은 그다지 유감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종교적인 사람들이고 현재의 신앙 형태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융은 진술한다.

- 『융과 성서』, pp. 18-19


저는 "둔한 합리주의자"이고 "신경증적인 지식인"이면서도 '광신도'이므로 저의 손실은 교회 쪽에게 그다지 유감스러운 것이 아니겠지만(교회의 그 누구도 저를 부르지 않는 것이 그 증거임), 지적 수준이 높고 현명하면서,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상근기'에 해당하는 아까운 인재들이 교회로부터 빠져나가는 것은 교회 쪽에서 보기에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겠습니다. 손실이 유감스럽지 않을 저나, 유감스러울 인재들이나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현재의 신앙 형태에 동의할 수 없다"는 판단이겠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형태의 신앙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21세기에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저는 예측합니다. 이 마음의 증가세를 '블루 오션'의 형성으로 여겨 이미 영업에 착수한 신흥 영성가들이 적지 않지요. 저는 어쩌면 이미 레드 오션이 돼가고 있는 이 마켓에서 틈새 시장을 노려 '쏠로 워십(solo worship)' 구멍가게라도 하나 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따금씩 듭니다. 다만 내공의 부족으로 개업을 못 하고 있을 따름이죠.

오늘 낮 기온 영하 15도. 날이 너무 춥다보니 제 글이 냉소(冷笑)적이 돼가는 듯 합니다. 실은 융 선생께서는 뜨거운 신앙심을 배제한 지나치게 차거운 과학적 시각이 신앙의 요체를 놓치고 있음을 지적하고 계신 셈이지요.

'융과 성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