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Self) (2010/11/21)
 

  © Suk Hoon Han                                                                                                                                                                                                                                                                                                                 
 
 

융에게서 자기는 앞에서 말한 대로의 자아와는 다르다. 영어에서는 대문자를 사용한 Self라고 쓰는데 이 대문자는 어떠한 개인의 자아라는 의미가 아니라 자아보다 큰 자기의 실재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자아는 생각하고 계획하고 지령하고 그것을 완수하는 자신을 자랑하는 의식의 중심이다. 유아기에서 중년까지 사이의 시기에 자아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분화시키는 일에 직면한 인생의 전반기 동안, 우리가 몰두하고 있는 "주관적 자기동일성 확인"의 원형이 자아이다. 인생의 후반기가 되면 자기가 다른 일을 가지고 의식 속에 점차 분명하게 떠오른다. 자기는 분화가 아니라 통합이며 그것은 자아는 결코 자인할 수 없는 자아의 모든 부분들, 즉 페르소나와 그림자의 측면과 이성의 측면과 자신의 모든 태도와 기능이 통합되고 인지되는 것을 말한다. 자기는 우리가 그 일부인 광대한 실재자를 인식한다는 의미의 "객관적 자기동일성 확인"의 원형이다.

융 자신의 말을 빌자면 "자기는 인간 내부의 심적 현상 전체를 포함한 원주이다. 자기는 인격 총체의 통일과 전체성을 표현한다 .... 완전히 의식되어 있지는 않지만 ... 경험될 수 있는 것과 될 수 없는 것 혹은 지금까지 경혐되지 않은 것 전체를 포함한" 인간의 전체성, 즉 자기가 그 자체로는 무엇을 의미하든 경험적으로 자기란 의식적 마음의 원망이나 공포와 관계 없이 무의식에 의해서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낸 인생 목적의 이미지이다. 자기는 인격 전체의 목적을, 즉 의지의 동의와는 관계없는 인격 전체와 개성의 실현을 표현한다. "이 과정의 에너지는 본능적인 것이기 때문에 한 개인의 삶에 속한 것은 무엇이든 이 과정에 반드시 편입된다. 그 개인이 동의하든 하지 않든, 또는 자신의 몸에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의식하고 있는지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 『융과 성서』, p. 129


'자기실현'에서 실현돼야 할 '자기'란 바로 이러한 자기이지요. 이러한 자기는 영원히 실현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바가바드 기타에서 "참자아는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으며 인간의 모든 생각 너머에 있어서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듯이, 우리의 참자아인 자기는 인식 너머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현세의 가치 판단이라는 협소한 틀 안에 가둬질 수가 없는 것이죠. 자기실현은 결국 니체가 주창한 초인의 모드에서나 완성될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럴지 몰라도, 어쨌든 그 실현에 대한 갈망이 누군가(신?)에 의해 내 마음속에 심어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군요. 그래서 오늘도 그 이해할 수 없는 자기에게 다가갈 길들에 관해 성찰해봅니다.

그 길들이란 내 삶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들이겠죠.

'융과 성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