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이 되는 것 (2010/1/30)
 

  © Suk Hoon Han                                                                                                                                       
 
 

융이 지향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의 고백을 반복하도록 협력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배워서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도록 격려하는 것이었다. 그가 친구나 동료에게 되풀이하여 말한 것처럼 융학파라고 불러도 좋은 것은 융 본인 뿐이었다. "누구에게도 융학파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가 실제로 원하는 것은 그가 알고 경험한 진리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었다. "나의 고유한 인식이야말로 내가 소유한 유일한 최대의 보물이다. 어둠의 강력한 힘에 비하면 매우 작고 덧없는 것이지만 그것은 역시 빛, 나 자신의 빛이다.".

- 『융과 성서』, pp. 27-28


이번 주 수행일상에서 한 성자에 저 자신을 비교해보며 저의 저열한 수행의 수준을 재삼 확인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위와 같은 융 선생의 자세는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며 다소나마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융 선생님 말씀대로 보잘 것 없지만, 그러나 내게는 가장 소중한 빛인 나만의 인식이야 말로 신께서 내게 바라시는 바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시인은, 숲에 두 갈래 길이 나있는데 그중에서 사람들이 덜 다니는 길로 갔다고 적었죠. 때때로 저는 우리들 하나 하나가 신의 쎈서(sensor)와 같다는 상상이 들기도 합니다. 각각의 쎈서는 자기만의 독특한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그 존재가치가 발휘되는 것이겠죠. 쎈서들의 성능이 무뎌져서 수천, 수만의 쎈서가 똑같은 반응을 보이게 된다면 그 쎈서들은 고장나버린 것일 테구요. 이런 고장은 전체주의, 집단주의적 사회에서 꼭 발생하더군요. 그래서 신의 뜻을 좇는 종교 공동체들은 통일된 인식이 아니라 그 반대로, 각 신도가 자기만의 독특한 영안을 뜨도록 도와주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그같은 개별화, 또는 융의 표현을 쓰자면 individuation 을 통해 우리가 궁극에는 변증법적으로 통합되겠고, 그것은 바로 우리가 전체로서의 신에게 되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융과 성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