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사랑

관념과 사랑 (2009/2/26)

행위에는 시를 쓰는 행위, 그림을 그리는 행위, 국가에 책임지는 행위, 사회적 또는 환경상의 반응에 의한 행위 등이 있습니다. 이런 것은 모두가 관념, 즉 과거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어서 그것이 행위를 형성해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관념 형성이 없을 때 행위는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확실히 그와 같은 행위는 관념이 정지한 때에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이 있을 때에만 관념은 끝나는 것입니다. 사랑은 기억이 아닙니다. 또한 경험도 아닙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상대에 관하여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렇다고 한다면 사랑은 단순히 생각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사랑 자체에 관하여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믿고 있는 스승이라든가, 부처의 조상(彫像), 또는 당신의 아내 혹은 남편과 같은 당신이 사랑하거나 믿고 있는 사람의 일을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고나 상징은 진실도 사랑도 아닙니다. 따라서 사랑은 경험이 아니라는 말이 됩니다.

사랑이 있을 때 행위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더구나 그 행위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것은 정신작용의 결과가 아닙니다. 또한 관념과 행위 사이에 있는 간격이 사랑과 행위 사이에는 없습니다. 관념은 항상 낡은 것이며, 그 그림자를 현재에 투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행위와 관념 사이에 끊임없이 다리를 놓으려고 합니다. 사랑이 있을 때―이 사랑은 정신작용도 아니고, 관념 형성이나 기억도 아니며, 경험이나 단련도 아닙니다―는 사랑 자체가 행위인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해방시켜 주는 유일한 것입니다. 정신작용이 있는 한, 또 관념에 의해서 행위가 결정되고 있는 한, 해방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는 한, 모든 행위는 제약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진실이 이해되었을 때, 정신작용도 아니고, 또한 당신이 그것에 관하여 생각해 볼 수도 없는 사랑의 본질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

우리가 관념에 속박되어 있는 한, 우리는 진실로 경험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단지 시간의 영역에서 살고 있는 것이 됩니다. 즉, 과거―그로부터 더욱 다른 감정을 만들어 냅니다―속에서 산다든가, 혹은 미래―이것도 또한 감정의 다른 형태입니다―속에서 사는 것이 됩니다. 이에 대하여 진실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정신이 관념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었을 때에 한정되는 것입니다.

관념은 진리가 아닙니다. 진리는 시시각각으로 직접 경험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 자기로부터의 혁명, pp. 62-63.

사랑이 있을 때 관념이 정지하고, 이때 생기는 행위는 우리를 해방시킨다는 말씀입니다. 자유롭기 위해서 우리는 기존의 관념을 떨쳐 버리고, 매 순간 순간을 스스로 직접 경험해야만 한다는 것이죠. 그런 경험의 주체, 또는 주인은 '나'일 수밖에 없으므로, 궁극적으로는 벗어버려야 할 '나'를 일단은 고히 여겨 잘 써먹어야 할 일이겠습니다.

'자기로부터의 혁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