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떠나지 않는 수행 (2007/8/7)
 

 © Suk Hoon Han                                                                                                                                         
 
 

라마나는 결코 속세의 생활을 버리고 출가를 해야만 진아를 깨달을 수 있다고 가르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세상 속에 살면서도 얼마든지 진아를 깨달을 수 있다고 강조했으며, 진아를 깨닫기 위한 특별한 고행이나 계율 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들을 처리해 나가면서 주의注意를 내면으로 돌리는 것, 그것이 라마나의 가르침이었다. 라마나는 가끔 부엌에 가서 부엌일을 거들곤 하였는데 그때에도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여러분의 손은 지금 일을 하고 있으나 여러분의 내면은 정지한 채로 있을 수 있습니다. 내면의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그것을 깨달으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일이 결코 힘들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북인도에서 라마나를 찾아온 어떤 남자가 자신도 아쉬람의 일원이 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라마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 우주가 다 나의 아쉬람일세. 자네도 이 우주의 일부분이 아닌가? 그러므로 자네는 당연히 내 아쉬람의 일원이지. 여기에 왔다고 해서 특별한 혜택을 받지도 않으며 여기에 오지 않았다고 해서 무시되지도 않는다네."


              


한 신도가 자기 가정의 어지러운 일을 떠나 라마나 곁에 머물고 싶다고 말하자 라마나가 말했다.

"가족을 버리면 어디로 가겠는가? 하늘로 올라가겠는가? 그래도 결국 다시 땅 위로 내려와야 되지 않겠는가? 어디를 가더라도 가족은 항상 있게 마련이네. 나 역시 아무것도 원치 않아서 집을 떠나 여기 와 있지만, 보게, 내 가족은 얼마나 많은가? 아마 내 가족은 자네 가족보다 백 배는 많을 것이네."

- 나는 누구인가, pp. 62-64


입산수도, 용맹정진 같은 것을 하지 않고 수행한답시는 저같은 이를 위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입산수도 같은 것,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허나, 속세에서, 직업에 종하사며, 가족과 지지고 볶으며 하는 수행이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겠죠. 수행하는 불승도 결국은 속세로 되돌아와서 체험학습을 통과해야 하는 걸 보면, 일상 속의 수행이 더 고난도 코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