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허구 (2008/1/6)
 

  © Suk Hoon Han                                                                                                                                                                                  

 

이곳에 있는 나는 한편으로는 완전히 현존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재(不在)하고 있다. 왜냐하면 내 안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것도 '나'라고 불릴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 낱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나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나'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어떠한 실체도 담겨있지 않다. 그것은 단지 실용적이고, 편리하고, 전략적인 언어일 뿐이다. 그것에 대응하는 실체는 전혀 없다.

내가 '나'라고 말할 때, 나는 단순히 나를 지칭하면서 그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대가 만약 나를 유심히 관찰한다면, 내 안 어디에서도 '나'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나 역시 찾지 못했다. 나는 보고 보고 또 보았지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나'는 더욱더 자취를 감추었다. '나'는 오직 그대가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을 때에만 존재한다. 그것은 오직 그대가 찾지 않을 때에만 존재할 수 있다. 그대가 찾는 순간, '나'는 사라져버린다 ....

그대는 '나(I)'라는 단어를 주장할 수 없다. 그대는 기껏해야 '~이다(am)'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나는 ~이다'라는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여기서 '~이다'라는 단어가 그대의 실재를 말해주는 것이라면, '나'라는 단어는 그대가 지어낸 것이다. '~이다'는 단순히 존재함을 뜻하지만, '나'는 그 위에 겹쳐놓은 것일 뿐이다. '나'는 허구다. 만일 우리가 '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면, 모든 것이 거짓으로 비칠 것이다. 그것은 그대의 시각이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삶에는 가장 두드러진 거짓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나'고, 다른 하나는 죽음이다. 그러나 그대가 더욱 깊숙이 파고들면, 삶에는 오직 하나의 거짓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것이 바로 '나'다. 죽음은 단지 '나'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죽음은 '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죽는 것은 바로 거짓일 뿐이다. 죽음은 단 한순간도 살아 있는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대는 시체를 옮기면서 죽음을 현실인 것처럼 상상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저절로 드러나게 되면 그대는 그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대는 그것을 영원히 연기할 수는 없다.

'나'는 죽음에게 존재를 부여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진실이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나'라는 거짓일 뿐이다. 그러니 '나'를 굴복시키는 일, '나'를 떨쳐버리는 일, '나'로부터 에너지를 회수하는 일에 협조하지 말라. 그대가 협조하지 않으면 그것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테니까. 그러고 나면 남는 것은 오직 순수한 존재뿐이다. 인간은 존재한다. 그는 존재로부터 결코 분리될 수 없다.

- 나를 찾으려 애쓰지 말라, pp. 26-29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진리지만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진리가 바로 존재성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은 그다지도 난해하고, 'doing' 보다 'being'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일이겠지요. 오쇼는 나름대로 경쾌하게 존재에 관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그의 말씀을 따라 '(여기에) 있음'에 관해 늘 명상하고자 합니다. 이 명상을 잘 하면 고요에 이르더군요. 그것이 좋습니다.

'나를 찾으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