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이야기 (20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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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 Hoon Han
한 친구가 오랜만에 우리 집에 왔다. 피차 사업을 하고 있는 처지라 월급쟁이 때와는 달리 어려운 점이 많다고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어느새 영적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이 친구는 영의 세계를 전혀 믿지 않는 친구였다. 그가 나에게 충고했다.
"자네는 과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그런
비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면 남들의 신용을 잃게 되네. 사람은 현실을 똑바로 보고 한 걸음씩 향상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지 영적이라는 헛된 꿈을
좇는 것은 잘못이네. 그것은 인생의 도피이며 자기 상실이네."
그의 말은 매우 준엄했다. 거의 10년 동안이나 소식이 없던 친구여서 나에
대한 평가가 퍽 객관적이었다. 더구나 고생을 많이 한 친구라 그 어조도 매우 신랄하다. 나는 친구의 표정을 보면서 약간 경탄했다. 자수 성가로
작은 회사의 사업주가 된 나는 남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자신의 소신을 그대로 말해 주는 친구가 그지없이 고마웠다.
그리고 그
충고를 진솔하게 듣고 있는 나 자신의 마음의 성숙함도 깨닫게 되었다. 성격이 급한 내게는 더 이상의 큰 수확이 없었다. 반성해서 자신의 결점을
알아내고 그 결점을 시정함으로써 보다 높은 경지로 마음은 승화해 간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
그는 사업을 만회할 길을
찾기 위해 점도 치고 사주도 보았으며 타력 신앙에 의지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파산해 버린 것이다. 그런 뼈아픈 경험을 치른 친구의 충고였으니
우정이 넘치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비과학적이라는 말을 수긍할 수가 없었다. 그가 다른 신앙의 힘에 의해서 혹은 역학에
의해서 소원 성취가 되지 않았다 해서 신불[= 神]을 부정하는 태도는 타당하지 못하다. 자신이 실패한 원인을 추궁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원인과 결과 혹은 작용과 반작용에 관해서 자네가 경험을 통해서 느낀 것이 없는가?"
....
나는 그 말[사업실패의 원인을 자본부족 등으로 돌린 친구의 대답]을 듣고 그가 '마음'이라는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왜냐하면 신앙이나 역학적인 구원은 모두가 물질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지 신불의 근본을 깨닫는 일이라고는 보지
않기 때문이다 ....
내 말을 듣고 그는 자신의 결점[인간경영의 마음이 취약했음]을 곧 시인했다. 나는 영적 이야기를 계속했으며,
신심이란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믿는 것이며 매일의 생활 속에 그것이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신앙에 구걸해 봐야 스스로의 힘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친구는 마음 속 깊이 수긍했다.
"나의 신불에 대한 생각이 잘못이었다. 지금까지 종교라는 것은 신불에
빌면 구원받을 수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 잘못을 이젠 깨달았다. 신불은 각자의 마음에 존재한다는 것, 자기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 우리가 이 세상에 살게 된 7가지 이유, pp. 245-248
일상
속에서 영적인 주제에 관해 누군가와 이야기하기란 어렵다고 봅니다.
영성에 대한 관심을 통해 친분을 쌓은 길벗님들 이외에게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바로 윗글의 친구의 의견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그런 견고한 통념의 틀을 깨는 것은 기존의 관계의 성격에게는
위태로운 일일 수 있기
때문이죠. 합리가, 이성이 우리로 하여금 시선을 집중시킬 대상을 밝혀주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의 시야의 폭을 제한시킨다는 점은 여전히 상식의 세계에서 넓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뱀같이 슬기롭고 비둘기같이 양순해야' 하는가 봅니다. 저는 인간 세상에서
맺은 인연들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이들에게조차도 영성을 이야기할
때에는 매우 신중해집니다. 기본적으로는 기성종교집단의 '광신적' 전도
방식에 질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내게 '전도'할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신의 계시를 언급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인간인지
늘 의심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수행은 의심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수행은 믿음이기도 하지요. 의심과 믿음의 모순을 끌어안지 못하면
수행의 길은 썩기 시작한다고 믿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