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배운다 (2013/9/15)
 



 © Suk Hoon Han                                                                                                                                        
 
 

가장 힘들고 고맙지 않은 환자들은 나의 경험으로는 습관성 거짓말쟁이와 함께 소위 지성인이다. 왜나햐면 그들은 그야말로 다른 손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한 손이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구획 심리학을 키우고 있다.[즉, 지성과 감정이 따로 논다는....] 아무런 감정으로도 조절되지 않은 지성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든다.―그런데도 그들은 노이로제를 가지고 있다.

나의 피분석자들과의 만남과 그칠 줄 모르는 수많은 심상들을 나에게 보여준 정신현상과의 대면에서 나는 끝없이 많은 것을 배웠다. 학문을 배웠다기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얻었으며 잘못과 패배를 통해서 얻은 바가 결코 적지 않았다. 내게는 주로 여성피분석자가 많이 있었는데 흔히 이들은 무척 양심적이고 이해성 깊고 지적으로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치료에서 새로운 길로 갈 수 있도록 참다운 공헌을 하였다.

몇몇 피분석자는 진정한 의미의 나의 제자가 되었으며 나의 생각을 세상에 실어 날랐다. 그들 가운데서 나는 수십 년을 지탱하는 우정을 맺은 사람들을 발견하였다.

나의 환자와 피분석자들은 나로 하여금 인간적 삶의 진실에 그토록 가까이 데려다 주어서 그 본질적인 것들을 체험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종류의 그리고 서로 다른 심리학적 수준의 인간과의 만남은 유명인과의 단편적인 대화에 비길 수 없는 훨씬 큰 뜻을 나에게 주었다. 나의 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의의있던 대화는 모두 이름없는 사람들과의 대화였다.


- 같은 책, pp. 168-169


융의 '피분석자'는 저의 경우에는 제자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심리 분석가가 아니므로 제자들을 분석하지는 않지만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자신을 더 깊이 알아 가도록 돕기는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여, 나와의 대화를 통해 내 제자들의 자기 파악이 진전됐을지도 모르는데, 정작 자기를 더 깊이 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선생인 나 자신이었습니다. 그래서 선생질, 아니 선생의 일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고, 나의 자기실현의 길이었습니다. 모든 진정한 앎의 과정이 그러하듯이 나의 그 과정도 뼈 아픈 "잘못과 패배"를 수반하였고, 고귀한 통찰도 선사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생 일을 시작하고도 오랜 세월이 흘러야만 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자기실현이란 I.Q,가 아니라 체험을 통해 진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단의 젊은 선생들은 대개 선생 일이 자기실현과 연계돼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융 싸부님처럼 모든 제자님들께 감사의 염을 보냅니다.

 

'C.G. Jung...'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