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을 잃은 현대인 (2014/2/3)
 

  © Suk Hoon Han                                                                                                                                                                                                                                                                                                                 
 
 

현대인은 그의 "합리주의"(신성력을 지닌 상징과 관념에 그가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파괴해온)가 그를 얼마나 정신적 "지하세계"의 처분에 떠맡기도록 하였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는 "미신"으로부터는 자유로워졌으나(혹은 그렇다고 그가 믿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정신적 가치들을 극히 위험할 정도까지 상실하였다. 그의 도덕적이며 정신적인 전통은 와해되었고, 그는 지금 이러한 붕괴에 대한 댓가를 전 세계적인 방황과 분열로 치루고 있는 중이다.

인류학자들은 원시사회의 정신적 가치가 현대 문명의 충격에 노출될 때 그 사회에 무엇이 일어나는가를 자주 언급하였다. 원시사회의 사람들은 그들의 생의 의미를 상실하고, 사회 조직은 붕괴되며,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만다. 현재 우리도 같은 처지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상실했는지를 결코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불행하게도 우리들의 정신적 지도자들은 상징이 나타내는 신비성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들의 조직을 보호하는데 더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으로는 신앙(인간의 가장 강한 무기인)은 결코 사고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많은 신도들은 너무나 과학을 두려워하여(게다가 심리학도) 그들은 인간의 운명을 영원히 지배하는 정신의 신성력을 외면한다. 우리는 그 신비성과 신성함을 모두 벗겨 버렸다. 성스러운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본능적인 개념이 인간의 마음 속에서 샘솟았던 그 옛날, 인간의 의식은 그 사회를 일관성있는 정신적 유형으로 통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명인"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문명인의 "진보된" 의식은 본능과 무의식의 보조적인 참여가 동화될 수 있는 방법 자체를 박탈해 버렸다. 이들 동화와 통합의 기관은 일반인들이 하나같이 성스럽다고 보고 잇는, 신성한 상징들이다.

- 융, 『인간과 무의식의 상징』, pp. 94-95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건이 자연에의 적응인데, 자연을 단지 지배, 통제, 이용의 대상으로써 여겨 인간과 분리하여 취급해온 현대인들은 그 자연과 내통하는 인간의 내적 본질을 상실하였는 바, 그 상실한 본질을 '신성'이라 일컫는다. 바꿔 말해, 인간이 다시금 자연과 소통할 수 있기 위해서는 내면의 신성에 불을 지펴야 할 것이다. 어떻게 그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영적 수행의 길의 화두이다.

'인간과 무의식의 상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