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추구하며 영성을 껴안는 인간상 (2014/9/6)
 

  © Suk Hoon Han                                                                                                                                                                                                                                                                                                                 
 
 

무의식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은 사실 누구나 우리가 현재 정신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그 전체인 듯이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믿음은 마치 우리가 자연계의 우주에 관해서 알아야 될 것은 전부 알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 만큼이나 잘못된 것이다. 우리의 정신은 자연의 한 부분이고 그것은 끝없는 수수께끼다. 따라서 우리는 정신이나 자연 어느 쪽도 그것이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 우리는 단지 그것들은 이러이러할 것이라고 우리가 믿는 것을 이야기하고, 그것들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기술할 수 있을 뿐이다.


[감각, 사고, 감정, 직관이라는] 이들 네 기능 유형들은 의식이 경험의 방향을 잡는데 사용되는 수단에 해당한다. 감각(지각)은 우리에게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사고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감정은 그것이 유쾌한 것인지 불쾌한 것인지를 알려주고 직관은 그것이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무의식 이해에서 직관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만일 "직감"으로 이해한 것에 막연히 만족하고 안심하면 진정한 지성적 지식과 도덕적 이해의 건전한 토대는 상실된다.


과학자도 인간이므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것이 우리가 알 수 있는 전부라고 믿는 것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착각이다. 과학적인 이론보다 더 취약한 것은 없고, 그리고 그것은 사실을 설명하고자 하는 순간적인 시도일 뿐, 그 자체가 영구한 진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본디] 신앙은 결코 사고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현대과학주의에 물든] 많은 신도들은 너무나 과학을 두려워하여(게다가 심리학도) 그들은 인간의 운명을 영원히 지배하는 정신의 신성력을 외면한다. 우리는 그 신비성과 신성함을 외면한다. 우리는 그 신비성과 신성함을 모두 벗겨 버렸다. 성스러운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 칼 구스타브 융, 『인간과 무의식의 상징』, pp. 18, 20, 60, 93, 94.


인간 인식의 한계와 방향성에 관한 대가의 묵직한 글입니다. 과학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영성을 껴안는 인간상, 뭐 이런 걸 이 시대가 제시해주기를 희망합니다.

'인간과 무의식의 상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