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너머의 '나'의 주인 (2014/12/29)
 

  © Suk Hoon Han                                                                                                                                                                                                                                                                                                                 
 
 

사람은 그가 자기 영혼의 주인이라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가 그의 기분이나 정동(情動)을 조절할 수 없는 한, 그리고 무의식의 요인들이 그의 계획과 결정에 교묘하게 끼어들고 있는 은밀한 방법들을 그가 의식할 수 없는 한 그는 결코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될 수가 없다. 이들 무의식적 요인이 존재하게 된 것은 원형의 자율성 때문이다. 현대인은 자신의 분열 상태를 직면하지 않기 위해 칸막이를 쓰고 있다. 즉, 외부생활과 자신의 영역은 별개의 설합 속에 보관해 두고 결코 서로 대면시키지 않는다.

- 칼 구스타브 융, 『인간과 무의식의 상징』, p. 83.


내가 자율적으로 나를 조종하고 있지 못하고, 나의 행위는 원형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말입니다. 융의 '원형(archetype)'이라는 개념은 난해합니다. 저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요 정도로만 설명해보겠습니다: '원형이란 자연(또는 신)이 인간의 정신에 창조해놓은 성장 프로그램의 원초적 틀 또는 하부구조(infrastructure)이자, 인간 마음의 집단적 사고유형이다.' 제 설명이 난해한 것을 보면 저의 이해도가 낮은 게 분명합니다. 어찌됐든 윗글의 요지는, 우리 현대인들은 자신의 정신세계 내면의 이러한 원형적 자율성을 철저히 외면함으로써 내면과 외면 사이의 교류를 단절시키고 있고, 그래서 존재의 통합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저의 수행이란, 내면의 이 자율성, 또는 원형의 '조종'을 감지하고, 이해하고, 그것을 현실적 삶과 연계시키려는 시도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무의식의 상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