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2011/3/27)
 

  © Suk Hoon Han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뭔가 다른 것으로 바꾸려고 애쓰지 말라. 그대의 폭력을 비폭력으로 바꾸려고 애쓰지 말고, 그대의 비겁함을 용감함으로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대의 성(性)을 독신주의로 바꾸려고 하지 말라. 반대되는 것을 만들어내지 말라. 차라리 폭력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점점 더 비폭력적으로 될 것이다. 겁쟁이란 사실을 이해하게 되면, 비겁함은 점점 사라질 것이다. 성의 진실을 이해하게 되면, 그 속에서 그것을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솟아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항상 그 사실을 통해서 움직이되 결코 대항하지 말라..

- 나를 찾으려 애쓰지 말라, pp. 48


생긴 꼴대로 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아닐까요? 많은 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싫어합니다. 어떤 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미화해버리죠. 또 다른 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볼 줄을 모릅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알아보고, 그것을 예쁘게 치장하지도 말고, 또 그것을 부끄러워 하지도 않으며 담담하게 본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저는 이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어느 정도 알아보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믿습니다―항상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만. 추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나를, 미추가 공존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봅니다. 아름다움의 배경화면이 돼주는 추함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나의 추하고도 아름다운 전체성 중에서도 때로 굳이 아름답게 존재하기로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외재적 도덕률(사회적 윤리의식 따위) 때문이 아닙니다; 가끔이나마, 주어진 사안이나 삶의 과제에 있어서 내가 나의 내면의 최상(神性)을 지향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보기 때문입니다. 오직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에만 나는 평화롭습니다. 평화로우면 거짓없이 내 실력의 최고를 뽑아낼 수 있지요. 세상을 이해함에 있어서도, 사람을 사랑함에 있어서도. 그럴 수 있는 순간이 많아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나를 찾으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