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의 까마귀
The Royal Raven
(번역 한석훈) Scholastics, Inc., 1996

- Hans Wilhelm


자신의 본질, 본모습(identity), 허영, 나르시시즘, 세속적 성공, 천박한 명예욕, 가식, 회오(悔悟), 초월, 자유 등의 개념을 다룬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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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직 소리와 함께 알이 깨지고 그 안에서 크로포드가 나왔습니다. "나 나왔다!"고 그는 까마귀 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나 아무 응답도 없었습니다. 그의 엄마는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갔답니다. 그는 혼자였지요. 자신이 태어난 것을 떠벌릴 상대가 아무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실망거리가 생겼습니다. 크로포드는 자신이 다른 모든 까마귀들처럼 밋밋하게 생긴 까마귀라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가슴 속 깊이 그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가를 보여주려 애썼습니다. "날 좀 봐!" 그가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봐주지를 않았습니다. 크로포드는 처음에는 화가 났습니다. 그건 별 도움이 안됐지요. 그리고는 스스로가 불쌍하게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평범한 까마귀 깃털을 볼 때마다 자신이 달라 보였으면 하고 바랬습니다. "왜 나는 백조같이 안 생겼을까? 아니면 공작새나 독수리처럼 말야? 아니면 차라리 저 쬐그만 벌새처럼 이라도 말야. 뭐든 이꼴 보다는 나았을 거야." 매일 크로포드는 자신의 모습을 더 낫게 해보려고 새로운 생각을 해냈습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 어떤 시도도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뭔가 더 획기적인 수를 써야겠어!" 그는 숲속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날아가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거기에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노파에게 찾아갔습니다. 크로포드는 곧바로 말했습니다: "할머니가 나를 다르게만 만들어 준다면 할머니한테 뭐든지 해드릴게요. 난 좀 더 화려하고 번쩍이고 요란한 모습을 원해요!" "너같은 별 볼일 없는 쬐그만 까마귀가 나한테 뭘 해줄 수가 있겠니?" 노파가 빈정댔습니다. "넌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그러다 노파는 잠시 멈췄습니다. "그렇지만..." 노파가 말했습니다. "이 약물에 간을 맞추기 위해서 네 꼬리털 몇


 

개를 쓰는 것도 괜챦을 성 싶구나." "좋아요!" 크로포드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제일 긴 꼬리털 몇 개를 뽑아서 노파에게 건 네주었습니다. "수리수리 마수리!" 노파가 주문을 외웠습니다. 그러자 쿠쿵, 짜잔 소리와 함께 크로포드가 눈부시게 빛나는 깃털을 가진 굉장한 새로 변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와!" 자신의 모습을 둘러보면서 크로포드가 외쳤습니다. "좀 지나치게 한 건 아닌가 모르겠어" 노파가 말했습니다. 그때, 노파에게 감사 인사 따위는 할 겨를도 없이 크로포드는 자기의 친구들에게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날 좀 봐, 날 좀 보라구!" 그는 외쳐댔습니다. 자기 날개를 펼쳐보고, 부리를 공중으로 쭉 치켜들었다 내렸다 하면서 말이예요. 이 정신 나간 새는 대체 누구지? 하고 다른 까마귀들이 의아해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다 예의가 바랐기 때문에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나야 나, 크로포드! 이제 내가 얼마나 아름다워졌는지 보라구!" 다른 까마귀들은 그저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나는 특별나다구! 그 누구에게도 비길 데가 없어!" 크로포드는 으스댔습니다. "이런 아름다움이 컴컴한 숲속에 숨겨져 있어선 안돼지. 나한테 어울리는 곳은 왕궁의 정원이야!" 이 말과 함께 그는 왕의 궁전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크로포드는 궁전의 정원을 날아다니다가 공주의 눈에 띄었습니다. "저 찬란한 새 좀 봐!" 공주가 외쳤습니다. "저 새를 놓치지 마, 갖고 싶어!" 크로포드는 잡혀서 황금 줄에 다리를 묶였습니다. 공주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새 보물을 세상에 보여줬습니다. 크로포드는 이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지요. 어쨌거나 그는 이제 왕족의 일원이었으니까요.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어요? 이젠 없는 게 없었습니다. 휘황찬란한 아름다움, 모든 이들의 시선, 또 근사한 궁전까지!




 


그런데 불행하게도, 왕실의 까마귀는 식탁 매너가 엉망이었습니다. 왕의 식탁에서 난동을 부려 인기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쫓겨났지요. 그리고 왕은 식탁에 모든 새의 출입을 금하는 칙령을 선포했습니다. 심지어는 구운 새, 튀긴 새, 바베큐한 새마저도. 크로포드는 궁전 정원에 홀로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황금 감옥으로 추방당했습니다. 하인들이 음식을 가져다 주긴 했으나, 그를 보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가끔 가다가 지나가는 이가 "와, 정말 아름다운 새로구나"라고 말해줄 뿐이었습니다. 그런 칭찬으로 크로포드가 행복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크로포드는 더욱 더 슬픔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다른 새들이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며, 그들과 같이 날 수 있다면 하고 바랬습니다. 이제는 크로포드가 원하는 것은 단지 다시 한 번 자유롭게 되는 것 뿐이었지요. 그는 식욕마저 잃고 점점 쇠약해졌습니다.

어느 날, 한 노파가 딸기를 팔러 그 정원에 왔습니다. "참 슬퍼 보이는 새로구나" 라고 그 노파가 말했습니다. "저 새를 놓아주시지 그러세요?" 공주에게 말했습니다. "아, 안돼요" 공주가 말했습니다. "이 새는 너무도 귀중해요. 이 왕국 전체를 뒤져도 이런 찬란한 깃털은 다시 찾을 수 없어요." "아, 그렇군요," 노파가 말했습니다. "공주님은 저 새의 요란한 겉모습 때문에 잡아두고 계시군요." 문득 크로포드는 자유를 되찾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 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름다운 깃털을 하나, 둘 죄다 뽑아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게 된 공주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저 징그러운 새를 내 눈 앞에서 사라지게 해!" 그건 바로 크로포드가 원하던 바였지요. 병정들이 감옥의 문을 열어줬습니다. 마침내 크로포드는 다시 자유로워졌습니다.

정말 크로포드는 이제 다른 모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내 깃털은 다시 자라날 거야," 그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난 그 깃털이 금빛이건, 은빛이건, 보라색이건, 줄무늬가 있건, 점박이건, 아니면 그저 단순한 까만색이건 신경 쓰지 않아." 그리고 그의 친구 까마귀들도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2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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