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기적이다
Life Is a Miracle
박경미 번역, 녹색평론사, 2006

- 웬델 베리 (Wendell Berry)


'책의 지혜' 섹션에 소개되어 있는 책들 중에는 제가 '우연히' 집어들고 읽게 된 책들이 많습니다. 이 책도 그런 책중의 하나입니다. 지난 여름 어느 날,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무심코 집어든 책이었는데, 책 속에는 마침 얼마 전에 관심을 갖고 읽어본 적이 있는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었습니다. 좀 상세히 들여다본 즉슨, 이 책의 저자는 감히 거장 윌슨의 야심작 Consilience ('통섭'이라는 제목으로 얼마 전에 번



역됌)를 견디다 못한 나머지 그 내용을 비판하고자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었습니다. 미디어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고급양장본으로 고가에 팔리고 있는 '통섭'이 일대를 풍미하고 있는 하버드 학자의 역작인데 비하여, 재활용 용지로 대충 제본한 듯한 이 초라하고 자그마한 값싼 책의 저자는 금시초문의 시골 '농부'이자 '시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펼쳐들고 읽어가면서, 정말 '이 세상의 '껍데기'라는 것이 천박한 나의 눈을 이렇게 끈질기게도 속이고 있구나' 하는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 한 귀퉁이에 적혀있는 저자에 대한 다음과 같은 소개문은 과장되기는커녕 겸손하다고까지 할 정도입니다:





 


"미국의 시인, 소설가, 에세이스트, 문명비평가이자 농부 .... 40권이 넘는 책을 저술해온 그는 현재에도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미국의 주요 시인, 작가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존경받는 심오한 문명비평가의 한 사람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동안 T.S. 엘리어트상을 비롯한 여러 저명한 문학상, 저술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지금 여전히 켄터키의 시골 마을에서 그의 아내와 자녀들, 손자 손녀들과 함께 살고 있다."
 

저는 윌슨의 방대한 지식체계가 지지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자연과학 주도하의 인문·사회과학 및 예술과 종교의 통합(통섭)이라는 논지 앞에 몇 달 동안 시달려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왜 그리 시달렸었는지, 윌슨 식의 이성 활용에 왜 끈질긴 저항감을 느꼈는지를 이 '농부' 시인의 글을 읽고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아직도 그 모든 것을 '통합'하기에는 인간 인식과 의식의 수준이 턱없이 낮다는 사실을 웬델 베리 싸부님의 글을 읽으며 겸허히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베리 싸부님의 글은 깊고, 아름답고, 명징하며, 또한 감동적입니다. 삶의 토양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는 구체적이고도 정확한 관찰과 그러한 관찰에 기초한 날카롭고도 깊숙한 비평,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모든 것을 조용히 이끌고 있는 묵직한 신앙심과 진한 애정을 구구절절마다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단돈 7,000원에 수중에 넣고 읽을 수 있는 대박을 누리시옵기를.

 
[잠정적 폐쇄]
 
  


 

1. 알지 못함 (2006/10/21)


 


 

2. 대학의 실패 (2006/10/22)


 


 

3. 과학의 렌즈 너머에 (2006/12/2)

 


 

4. 개별 생명체의 존엄성(1) (2008/3/13)

 


 

5. 개별 생명체의 존엄성(2) (2008/3/20)

 


 

6. 개별 생명체의 존엄성(3) (2008/4/)

 


 

7. 삶과 일 (201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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