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조의 반전·평화주의
 



                                                                                                
 

[다음은 카를로 칼다롤라(Carlo Caldarola)라는 사회학자가 칸조의 반전사상에 관해서 쓴 글을 칸조 싸이트에 소개해 놓은 것으로부터 발췌, 번역한 글입니다.]

"신토(神道) 민족주의
[역자 주: 군국주의적 일본 정권이 국민교화 목적으로 천황 중심으로 변색시킨 신토주의]에 대한 무교회주의의 반응은 전적으로 특이한 성격을 띄고 있었다. 정형화된 조직이 없는 탓으로 무교회 크리스챤들은 하나의 단체로서 국가의 통제를 받을 수가 없었고 또,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하나의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필요도 없었다. 각 개인이 자신만의 양심과 자신만의 신에 대한 책임에 입각해서 민족주의와 대면하여야 했다. 그 결과 무교회 크리스챤들이 군국주의에 대항한 형태는, 민족주의적 이념과 정책에 대한 인내의 관용으로부터 노골적인 공격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다양했다."

[이하 내용은 원문의 요약] 우치무라 칸조는 국가의 우상화를 드러내놓고 거부한 첫 무교회 크리스챤이었다. 1891년 1월 9일, 칸조가 재직중이던 토오쿄오 제일 고등학교에서는 문부성의 시책에 발맞추어 '천황 교육 칙어' [역자 주: 국민교육헌장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일본 군국주의 교육헌장] 에 대한 예를 갖추는 의식을 거행하였다. 그날, 같은 학교의 크리스챤 교사들은 국가우상숭배를 피하기 위하여 일부러 출근을 안했지만 칸조는 크리스챤으로서는 유일하게 그 행사에 참석해 있었는데, 자신이 그 칙어에 절할 차례가 되자 잠시 머뭇거린 뒤, 다른 모든 이들처럼 깊숙히 절하지 않고 살짝 목례만 하였다. 칸조의 이런 행위는 주위의 모든 사람을 격노하게 만들었고, 천황에 대한 경멸을 보인 반역자로 낙인 찍힌 칸조는 동료와 학생과 언론의 지탄을 한 몸에 다받았다. 친구들은 그를 떠났으며, 학교는 그를 파면조치 했다.

이후 칸조는 가까스로 일본 언론계에 몸담고 일할 수 있었는데, 그 당시 청일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이를 '역사에 그 예가 매우 드문,' '기데온의 성전과 같은' 성스럽고 도덕적인 전쟁으로 간주했으며, 일본이 '불운한 조선을 청국의 마수로부터 해방'시켜줄 기대를 안고 전쟁을 찬양하였다. 그러나 차츰 일본 제국주의의 정체가 겉으로 드러나며 조선 침략에 대한 의도를 깨닫게 된 칸조는 자신의 전쟁에 대한 찬양을 깊이 후회하고 그 뒤로는 철저한 반전주의자가 되어버렸다.


윗글에서 흥미로운 점은 먼저, 무교회주의자들이 군국주의에 대해서 개인으로서 대응했어야 했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통일된 단체의 공식 자세 같은 것이 있다면 아마 그 단체에 소속된 개인들은 그만큼 부담이 덜하고 편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나 개인의 양심과 책임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면 그것은 참 부담스러운 상황이겠죠. 저는 우리 나라의 경우, 후자의 측면이 사회적으로 너무 미약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 개인의 결정보다는 내가 속해 있는 사회가 내려주는 결정을 따르는 데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속해 있는 업종, 종교단체, 학교, 동문, 가문, 지역, 연령층(! 지난 대선 때 드러났듯이), 그밖의 사회경제적 부류 등등.... 이런 것들로부터 인간이 자유롭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것이 사회과학의 기본적 전제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개인으로서 결정내려야 할 순간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공허한 삶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둘째로, 칸조가 머뭇거리다가 천황칙어에 가벼운 목례 정도를 한 행위가 저에게는 흥미롭습니다. 대놓고 칙어를 거부한 것도 아니고, 약간의 예의는 표시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그의 행동에 대해 이런 해석이 가능할지: '천황을 신으로 숭배하지는 못하겠으나, 내 동포들의 뜻은 존중해주겠다.' 저도 처가의 제사에 참가하여 제삿상 앞에서 함께 절을 합니다. 교회에 다니던 신앙생활 초기에는 상가에 가서도 절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지금은 상가에서도 다른 이들과 똑같이 절을 합니다. 저의 태도는 이렇습니다: '돌아가신 분을 숭배하지는 못하겠으나, 내 친지들의 뜻은 존중해주겠다.' 실제로 제삿상 절을 하며 마음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함께 절하시는 장인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하여 하는 것이니까요. 신에 대한 내 마음이 확실하면 그런 행동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런 문제로 열을 올리는 종교단체들을 보면, '참 신경 쓸 일도 없나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절하신 것에 대해서도 정말 수준 낮은 비난이 많더군요.

셋째로, 칸조의 오판과 참회가 존경스럽습니다. 조선침략에 대한 오판을 깊이 참회하고 어떤 전쟁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반전주의자가 된 칸조의 회심이 존경스럽습니다. 전쟁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횡행하는 이 시대에 칸조와 같은 확신을 가진 리더의 출현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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